서울대가 김인혜 성악과 교수에 대해 파면이라는 고강도 징계조치를 신속히 취한 것은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례를 보더라도 김 교수에 대한 서울대의 파면조치는 매우 전격적이다. 2006년 1월 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문조작 의혹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던 황우석 전 수의대 교수가 2개월여에 걸친 8차례 회의 끝에 파면된 것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그만큼 김 교수의 비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서울대는 물론 한국의 교수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과 위기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격적으로 파면을 의결한 것은 서울대 측이 각종 비위 의혹 확인과정에서 논란의 여지 없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증언과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제자 상습 폭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김 교수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해온 김홍종 서울대 교무처장이 지난달 중순부터 줄곧 "학생들이 진술한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해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교수는 학생에 대한 상습 폭력, 수업 부실 등 직무태만,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수수, 티켓 강매와 여름캠프 참가 강요 등 직권 남용의 의혹을 받아왔다. 징계위는 김 교수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무, 61조 청렴의무, 63조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파면 의결을 했다. 김 교수가 일부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혹을 부인한 것은 징계 수위에 오히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대 고위관계자는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김 교수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
서울대의 전격 조치에 김 교수 측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김 교수의 변호인인 박양진 변호사는 "변호사 생활 20년 동안 아침에 징계위를 열어 오후에 파면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소명 기회도 충분하지 못했고 서울대가 절차의 공정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70페이지에 달하는 소명자료를 제출한 박 변호사는 "자료에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했다. 모든 사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며 "징계결정문이 오면 구체적인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예체능계는 물론 한국의 대학사회 전반에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김교수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단지 개인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사회에 만연한 그릇된 스승과 제자 의식을 심는 도제식 교육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김 교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다른 대학에서도 음대는 물론 미술, 무용 전공 학생들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유사한 부조리 사례에 대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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