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집에 들어앉아 인생을 즐기며 쉬는 것은 이젠 옛말이 되고 있다. 돈 때문이 아니라 일을 통한 성취감과 건강한 일상을 지키고 싶은 워킹실버(Working silver)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역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과 취업에 성공해 에너지를 발산하며 인생 2막의 즐거움을 누리는 워킹실버세대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80세가 정년인 꿈의 직장 남이섬은 실버천국이다. 자연 속의 공원이 평생직장이다 보니 1월 신입사원 공개모집에 440명의 지원자 중 60세 이상이 12명이었다. 메타세쿼이아 잣나무 은행나무 숲길을 가꾸고 보살피는 것이 이들의 주된 업무다. 관악시니어 클럽에서 운영하는CSC푸드㈜는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에게 하루 180여 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곳에는 9명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하고 있다. 공채1기로 입사한 최정순(70)씨는 "아침 6시에 출근해 동료들과 대화하며 일하면 하루가 즐겁다"며 의욕에 찬 표정이다. 최씨에게 직장은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도 지키고 의료비도 줄이는 만병통치약이다. 서울시의 고령자기업 육성지원사업으로 운영중인 '총알탄택배'에는 노인사원 20여명이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 일을 하고 있다. 28개월째 근무중인 신영구(71)씨는 하루 2~6회 인쇄소의 원고와 명동일대 사무실로 축하 꽃을 배달하고 있다.
인천시노인종합문화회관에 있는 '꿈꾸는 카페'의 매니저 김광수(64)씨는 레스토랑을 운영한 경험으로 스카우트 된 경우이다. 20대 취업 당시의 꿈과 열정을 느낀다는 김씨는 "하루하루가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한다. 파트타임이기에 월 20만원으로 보수는 적지만 소득이 있다는 자체가 그에게는 즐거움이다.
군포시노인복지관의 온라인창업 아카데미 강사 김재길(74)씨는 농산물 쇼핑몰 오송샵(www.osongshop.com)도 운영하는 투잡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쇼핑몰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예비창업자에게 강의 하는 것이다. 수익보다도 쇼핑몰 디자인이 거래처의 호평을 받을 땐 절로 신이 난다. 젊은 모델도 부러워하는 시니어 모델들도 활동 중이다. 실전무대경험이 15회나 된다는 김금옥(77)씨는 "붉은색 런웨이를 걷다 보면 20대가 된 듯 발걸음이 가볍다"며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고령화가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중심에 노인복지와 취업문제가 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경제와 생활을 꾸려나가는 워킹실버세대를 새로운 동력으로 끌어안는다면 '고령화=골치거리'라는 편견도 넘을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개발과 기업의 인식 전환이 더해진다면 워킹실버세대가 다양한 분야에서 제2의 골드시대를 열수 있을 것이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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