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2011년 오스카는 말더듬이 영국 왕의 손을 들어주며 싱겁게 막을 내렸다.
영국영화 ‘킹스 스피치’가 2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안았다. ‘킹스 스피치’는 이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내놓은 형을 대신해 1939년 왕관을 쓴 영국 왕 조지 6세가 말더듬증을 극복하고 국민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킹스 스피치’는 영화상의 노른자위인 남우주연상(콜린 퍼스)과 감독상(톰 후퍼)도 거머쥐었고, 각본상 트로피도 들어올리며 4관왕에 올랐다. 영국영화로는 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어 2년 만에 오스카를 정복한 ‘킹스 스피치’는 올해 최다인 12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킹스 스피치’의 유력한 경쟁작이었던 ‘소셜 네트워크’(8개 부문 후보)는 각색상과 편집상, 음악상 수상에 그쳤다.
초반 분위기는 예측불허였다. 작품상 후보엔 오른 10편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인셉션’이 시각효과상과 촬영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4개 상을 받으며 기세를 올렸다. ‘소셜 네트워크’는 각색상 등으로 몸을 풀었다. ‘소셜 네트워크’는 골든글로브와 전미평론가협회 작품상 등을 받으며 올해 초까진 적수가 없다고 평가 받던 작품.
그러나 톰 후퍼가 감독상을 수상하며 무게중심은 ‘킹스 스피치’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아카데미는 1930년부터 작품상 감독상을 시상했는데, 작품상과 감독상이 다른 작품에 돌아간 것은 스무 번(2000년대엔 세 차례)에 그쳤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작품상 후보들의 면면을 소개할 때도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가 영국국민을 향한 펼치는 연설이 내레이션처럼 활용되며 힘을 실어줬다. 후퍼 감독은 감독상 수상 뒤 “어머니가 만들라고 해서 만든 영화다.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조연)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후퍼 감독은 TV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왔으며 ‘킹스 스피치’는 그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킹스 스피치’는 최근 미국프로듀서조합상, 배우조합상 작품상 등을 휩쓸며 주요 후보로 급부상했다.
남녀주연상도 예상대로였다. 외신에 의해 일찌감치 수상이 점쳐지던 콜린 퍼스와 나탈리 포트만이 생애 처음으로 남녀주연상을 각각 차지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말더듬이 더욱 심해지는 조지 6세를 연기한 퍼스는 “내 경력의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가슴이 휘저어져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이 일고 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만삭의 몸으로 무대에 오른 포트만은 “11세 때 나를 배우로 만들어준 어머니와 매니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포트만은 ‘블랙 스완’에서 완벽을 추구하다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키는 발레리나를 연기했다. ‘블랙 스완’의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와 결혼을 앞둔 그는 “나에게 중요한 역할을 준 내 아름다운 사랑”이라며 예비 신랑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남녀조연상은 ‘파이터’의 두 배우 크리스천 베일, 멜리사 레오에게 돌아갔다. 베일은 범죄와 마약으로 망가졌다가 동생을 세계챔피언으로 만드는 흘러간 복서 역을, 레오는 두 복서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괄괄한 엄마 역을 각각 연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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