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는 정보 전달 예술이자 삶 녹아 있는 문화"
"인쇄를 단지 명함이나 청첩장을 찍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 또한 하나의 예술입니다."
화장품 포장박스에서부터 첨단기법의 특수인쇄까지 20여 년간 인쇄업자로 일해 온 서명현(52) 태신인팩 대표가 지난 수년 동안 수집해온 근대유럽 석판화 포스터 전시회를 연다.
서 대표는 27일 "인쇄는 잉크의 향과 색채, 프린팅 디자인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예술이자, 켜켜이 쌓인 세월과 삶을 녹아내는 문화"라고 강조했다. 인쇄 외길만 걸어온 서 대표가 석판화 포스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인쇄에 대한 이런 지론 때문이다.
서 대표는 "몇 년 전 디자이너 마영범씨가 '리소그라피(lithographyㆍ석판화)도 하나의 문화일 수 있으니 연구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길래 석판화 포스터 수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10여 개국의 벼룩시장을 돌며 포스터를 모았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모은 게 총 80여 점으로, 값도 적게는 수천 유로에서 비싼 것은 1만 유로가 넘을 정도이다.
서 대표는 "대부분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제작된 것들이지만 색 하나 바래지 않을 정도로 장인 정신이 깃든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그 시절 포스터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광고 수단이었고 보통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각예술이었습니다. 인쇄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 격동기였던 당시 사회상도 엿볼 수 있습니다."
서 대표가 준비한 근대유럽 석판화 포스터 전시회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은 다음달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목인갤러리에서 열린다. (02)722-5066.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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