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6일(현지시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그의 해외자산을 동결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리비아 제재 결의를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카다피에게 "지금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leaving now)"고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또 카다피에게 반기를 든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포스트 카다피'에 대비하기 위한 과도정부 구성이 시작되면서 격화하고 있는 리비아 내전 양상은 새 국면을 맞았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리비아 정부 최고위층(the highest level)이 지시한 민간인에 대한 적대행위와 폭력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리비아 제재 결의 1970호를 채택했다.
안보리는 1970호에서 유엔 헌장의 비군사적 제재 조항(7조 41항)을 원용, 카다피 일가와 핵심 측근에 대한 ▦해외자산 동결 ▦여행제한 조치와 ▦대 리비아 무기 공급 제한 등의 제재를 결정했다.
안보리는 특히 "현재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지난 15일 시위가 발생한 이후 리비아에서 발생한 사태에 대해 ICC가 즉각 조사에 착수한 뒤 2개월 내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 이에 따라 카다피가 실각한 뒤 ICC 국제법정에서 실제 형사처벌을 받을지 주목된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통치의 적법성을 상실한 지도자가 그의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옳은 일은 떠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카다피 퇴진을 언급한 것은 이번 사태 이래 처음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7일 "카다피 정권 전복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리비아 내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등 속속 리비아 제재를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리비아의 반정부 지도자들은 27일 반군이 장악한 도시들을 중심으로 과도적인 '국가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압델 하피즈 코카 반군 대변인은 "이 위원회는 과도기에 리비아를 대표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다피의 반정부 시위대 유혈 진압을 비난하며 사퇴한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26일 벵가지에서 과도정부를 구성, 3개월 내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잘릴 전 장관은 과도정부 지도자로 추대된 상태다.
25일 트리폴리에서 카다피 지지세력과 교전을 벌였던 반정부 시위대는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미스라타, 자위야 등에서 반격 및 트리폴리 진격을 위한 결속을 다지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전했다.
한편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는 27일 리비아 정정 불안으로 지난 1주일 사이에 리비아에서 인접 국가로 약 10만 명이 탈출했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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