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매자들에게 쉐보레를 각인 시키겠다."(마이크 아카몬 한국지엠(GM) 사장)
3월1일, 한국GM의 대표 상표 쉐보레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을 점령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범블비 역할로 나왔던 스포츠카 카마로의 실제 크기 모형이 코엑스몰 내부를 비행기처럼 날아 다녔다. 스티로폼 등 가벼운 소재로 만들고 프로펠러가 달려 있어 하늘을 나는 카마로 모형은 독일에서 공수해왔다.
한국GM이 쉐보레 상표 발표회를 가진 이날 코엑스몰 내부는 어디로 눈을 돌려도 온통 '쉐보레'와 '한국GM' 뿐이었다. 지하철로 이어지는 입구는 국내 최초의 쉐보레 상표로 출시된 엑티브라이프차(ALV) 올란도와 아베오, 카마로가 버티고 있었다.
5년10만㎞ 무상 보증수리로 도전장
한국GM이 1일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GM은 이날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보증기간이 가장 긴 쉐비케어(Chevy Care) 프로그램을 도입키로 했다.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사명을 새롭게 변경한 원년인 만큼 공격적 마케팅으로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가 2002년 미국 시장에서 무상수리 보증기간을 10년 동안 2만 마일(약 3만2,000㎞) 이내 주행인 경우로 늘려 점유율을 높인 것과 유사하다.
이날 발표한 쉐비케어 프로그램은 파격적인 내용의 '3ㆍ5ㆍ7서비스'로 요약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 차종에 대해 ▦3년간 4회 엔진 오일(필터)ㆍ에어클리너 무상 교환 ▦차체 및 일반부품 무상 보증기간 5년 또는 10만km 이내 주행 ▦출고시점부터 7년 간 24시간 연중무휴 무상 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국내 업체들의 보증기간보다 2,3년 길고, 무상출동 서비스 기간은 4,5년 늘었다. 아카몬 사장은 "쉐보레 상표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준비했다"며 "마케팅뿐 아니라 신차 출시ㆍ시설투자 등에 올해 총 1조6,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앞으로 3년간 매년 1조6,000억 원씩 투자해 신차개발과 생산시설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또 서비스 및 판매ㆍ영업망도 쇄신할 계획이다.
세계 1위 GM은 국내 진출 이후 10년 동안 체면을 구겨왔다. 한번도 국내시장 점유율 10%를 넘지 못했고, 2009년에 판매순위도 르노삼성에 밀려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한국GM은 2년 동안 쉐보레 도입을 준비했고 지난해 3월 아카몬 사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자존심의 문제다"라며 새 상표 도입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하반기 지분을 새로 사들여 GM대우차 지분율을 7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남아있던 금융권 부채 1조원도 상환했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체결해 순항 준비를 마쳤다. 올해 출시하는 신차가 수입차 2대를 포함해 8대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준비를 했다. 한국GM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려 르노삼성에 내준 국내 3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대표적 중형세단 부재가 한계
하지만 한국GM의 도전이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중형 세단이 승용차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시장에서 강력한 2,000㏄급 차종이 없다는 점은 한계다. 현대차 쏘나타ㆍ기아차 K5ㆍ르노삼성 SM5 등 각 회사는 중형급 대표 차종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GM은 경차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와 준중형 라세티 프리미어가 전체 판매량의 72%를 차지한다. 중형차 토스카는 지난해 5,000여대 판매에 그쳤다.
준대형도 마찬가지. 그랜저(현대차)와 K7(기아차)이 인기몰이를 하며 회사 이미지까지 상승시키고 있지만 알페온(한국GM)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올 하반기 준대형차 뉴SM7을 출시해 뉴SM5ㆍ뉴SM3로 이어지는 SM 제품군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국내 1위 현대ㆍ기아차는 난공불략의 요새에 가깝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판매ㆍASㆍ마케팅 부사장은 "올 하반기에 (중형세단 관련) 발표를 기대해 달라"며 "우리가 주는 기대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동현 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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