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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구제역 전쟁/ 경북 안동·영주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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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구제역 전쟁/ 경북 안동·영주 르포

입력
2011.02.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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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흩뿌리는 27일 오후 3시 경북 영주시 문수면 월호리. 지난달 11일 구제역에 걸린 돼지 1,539마리를 묻은 이곳 매몰지를 둘러보던 기자는 잠시 눈을 의심해야 했다. 매몰지 바로 옆 폭 1.5㎙의 도랑 한가운데에 커다란 돼지 한 마리가 내동댕이친 채 놓여 있었다. 주변에선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돼지 사체에서 나온 부패된 체액은 빗물과 섞여 50여㎙ 아래 영주 서천으로 흐르고 있었다. 서천은 낙동강 상류다.

비탈진 야산의 밭을 파내고 조성한 매몰지도 폭우가 내리면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운 상태였다. 매몰 후 땅이 1㎙ 이상 함몰돼 성토작업을 한 매몰지 한 가운데에 폭우에 대비해 비닐을 덮었지만 상당 부분이 찢겨져 빗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무원들은 "매몰한 돼지는 부패할 정도로 시간이 지난 상태라 이 돼지는 최근 누군가 버려놓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비가 내리면서 342만 마리의 소, 돼지를 묻은 전국 4,600여 매몰지에 비상이 걸렸다. 28일까지 최고 80㎜의 비가 예상돼 환경부가 매몰지 환경대책 전담반을 가동하고 있으나 당초 부실하게 조성된 매몰지에는 침출수 유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안동의 서후면 자품리 산 21의 4번지. 야산을 깎아 소 893마리를 묻은 이곳 매몰지 세 곳은 구제역 오염 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구제역 발생 초기인 지난해 12월 8일 서둘러 조성한 이곳은 날씨가 풀리면서 1㎙ 이상 함몰된 곳이 곳곳에서 발견돼 복토작업이 이뤄졌다. 비닐과 천막을 덮어 씌우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 애쓴 흔적이 역력했지만 악취는 어쩔 수 없었다.

권여환(62) 자품리 이장은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그대로지만 2차 오염을 막기 위해 매몰지를 재정비했기 때문에 환경오염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순찰도 강화하고, 비상 작업조도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18개 시ㆍ군에 1,092곳의 매몰지를 조성한 경북은 안동, 영주, 예천, 영천, 봉화 등 매몰지가 많은 5개 시ㆍ군을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경북도 4급이상 간부 공무원 44명은 시군에서 매몰지 상황을 현장 점검하고 있고 3,000여명의 공무원도 비상 대기했다. 경북도는 현재 상수도 취수원 상류 7㎞ 내 35곳과 1㎙ 이상 함몰된 61곳 등 모두 172곳의 매몰지를 특별관리하고 있다.

경기지역에도 이날 팔당특별 대책지역 내 매몰지 137곳과 하천변과 급경사 등 위험지역 매몰지 200곳 등 2,017곳의 매몰지마다 침출수 유출을 감시하는 공무원들로 분주했다.

산간지역에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된 강원지역은 급경사와 하천 인근 매몰지에 대한 긴급 복구작업을 마친 채 제설장비와 인력이 하루 종일 비상 대기했다.

환경부는 28일까지 큰비가 예상됨에 따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매몰지를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있으나 부실하게 조성된 매몰지가 많아 애를 태우고 있다.

안동=권정식기자 kwonjs@hk.co.kr

영주=이용호기자 lyho@hk.co.kr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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