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면추상화 작업을 30년 넘게 해 온 중진 서양화가 홍정희(66)씨의 개인전이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강남에서 6년 만에 열린다. 그의 작품은 원색의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와 반복된 문양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2005년 선보였던 ‘나노(Nano)’시리즈의 연장선상이다. ‘나노’ 시리즈는 물리학에서 초미세단위(10억분의 1)를 지칭하는 나노의 개념에 착안해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강렬한 원색 화면을 바탕으로 삼각형 사각형 십자가 잎사귀 꽃무늬를 반복적으로 그려 넣었다. 비슷한 이미지들이 지루하게 늘어선 듯하지만 색과 질감에서 변화를 줬다. 톱밥을 물감에 섞어 칠하고, 과일 포장재 등 생활 도구를 이용해 현무암처럼 숨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듯한 질감을 나타내 형태가 주는 단순함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공간과 깊이를 동시에 보여 준다.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은 캔버스를 벗어나 더 넓은 공간으로 무한히 뻗어나가려는 느낌을 제공한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기호들이 만드는 증식의 논리는 종내 화면이라는 일정한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면서 연속으로서의 공간에 이르도록 한다”고 봤다.
작가는 색의 대비나 색의 유사를 통해 공간의 깊이를 가늠토록 한다. 가령 붉은 바탕의 진분홍 꽃들은 화면 깊숙한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밖으로 도드라지는 느낌을 들게 한다. 반대로 회색과 노랑, 파랑과 노랑, 검정과 진분홍 등 강렬한 보색 대비는 기호들의 생명감을 불어넣으며 산뜻한 기분을 들게 한다. 전시는 내달 3일부터 20일까지. (02)519_0800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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