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조건부 핵 보유론'이 쏟아졌다. '북핵이 현존하는 위험이 된 이상 1992년 한국에서 철수시킨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반입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나라당의 대선주자급 중진 의원과 국회 국방위원장 등이 일제히 '핵 무장론'을 내놓았다. 이는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4년 2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대정부질문에 나서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북핵을 폐기시킬 수 없다"며 "우리의 핵무장은 다소 민감한 사안이지만 북핵 폐기 순간까지 최소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반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은 보유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정치무기"라며 "북한은 앞으로 핵을 등에 업고 재래식 도발을 거듭하는 '핵 그림자'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전 대표는 '국민 67%가 북한 핵무기에 대응해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도 '조건부 핵보유론'에 동참했다. 그는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한 상황에서 직접적 위협대상국인 우리는 자위수단이 없다"고 지적한 뒤 "'북핵 문제 해결 또는 통일 즉시 해체' 조건으로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대한민국이 하루하루 (북핵) 인질로 살지 않으려면 재래식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북핵 폐기시 철수 전제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자고 주장했다.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도 "우리도 핵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황식 총리는 "북핵에 대응해 우리가 핵을 보유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좋지 않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핵개발 경쟁보다는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한반도 비핵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3차 북핵 실험 이후엔 전술핵무기 배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김 국방장관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여러 정황을 분석했을 때 이번 봄은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시기"라며 "3월 키리졸브 훈련 전후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 진전의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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