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배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나무토막 같이 뜨는 물체를 손으로 저어서 나가는 형태였을 것이다. 그러다 좀더 쉽게 배를 움직일 수 있는 주걱이나 물갈퀴 모양의 추진체를 이용했고, 노(櫓)와 돛이 개발되면서 더 큰 배가 등장할 수 있었다. 이집트 크레타 등 고대 민족은 노와 돛을 이용한 갤리(Galley)선을 전쟁과 상업용으로 이용했다. 13세기 이후 여러 개의 큰 돛을 사용해 더욱 효율적으로 풍력을 이용하는 범선(帆船)이 일반화했고, 19세기 들어 기계적 동력(증기기관)과 돛을 함께 쓰는 기범선(機帆船)이 등장했다. 이어 배의 추진기관은 증기기관에서 증기터빈, 디젤엔진으로 발전했다.
■ 갑판 면적이 축구장 4~5배 크기인 초대형 선박의 디젤엔진을 움직이는 연료는 벙커C유다. 우리가 흔히 중유(重油)라고 부르는 무겁고 끈적끈적한 석유제품으로, 원유의 30~50%가 벙커C유 성분이다.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가격이 싼 반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 32만톤급 유조선이 1㎞를 운항하는데 160㎏의 벙커C유가 필요하다. 연소 과정에서 매연이 심하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도 많이 배출된다. 연료비는 싸더라도 환경오염을 해결하려면 추가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 최근 환경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중동지역의 민주화 시위로 벙커C유 가격이 20% 이상 치솟으면서 세계 조선업계에 '기름 안 쓰는 선박' 개발 경쟁이 뜨겁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그린십(Greenshipㆍ녹색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13년부터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나서는 것도 변수다. 벙커C유의 대안으론 천연가스, 연료전지, 풍력과 태양력 등이 거론된다. 12만톤급 유조선이 벙커C유 대신 천연가스를 이용하면 연료비가 매년 350만 달러 가량 절감된다.
■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을 자임하고 있지만, 녹색선박 관련 기술은 경쟁국보다 뒤처진 게 현실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 후발 주자인 중국도 수년 전부터 친환경 선박 개발에 집중 투자해왔다. 다행히 우리 정부가 향후 10년 간 3,000억원을 들여 녹색선박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그제 공개했다. 녹색선박이 아니면 운항이 불가능한 시대가 10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휘발유 가격이 뛰면서 전기자동차 상용화가 금세 이뤄졌듯이, 연료전지를 주(主)동력, 태양이나 풍력을 보조동력으로 이용하는 친환경 선박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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