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가 내전으로 번지며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 간의 대규모 유혈충돌이 계속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현지 한국 건설근로자와 교민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리비아는 현재 거의 모든 정규 교통편이 두절돼 있고 출입국 관리시스템도 무너져 있는 상황. 현지 한국인들은 육ㆍ해ㆍ공 가능한 교통 수단을 총동원해 인근 국가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가 속속 리비아에 도착, 한국 근로자와 교민들을 리비아 밖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2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트리폴리에서 198명을 태운 이집트항공 소속 전세기가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했고, 대한항공 전세기(330석)는 로마에 도착해 26일 중 트리폴리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착륙만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26일 오후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국경에서 가까운 건설현장에 머물던 근로자들은 육로를 선택했다. 데르나 지역 현장에서 일하던 원건설 소속 근로자 53명은 24일과 25일에 걸쳐 이집트 국경을 넘었고, 반정부 시위대에 장악된 제2의 도시 벵가지에 머물던 대우자판 근로자 3명 역시 이집트로 탈출했다. 이수건설 튀니지와 이어진 서쪽 국경으로의 출국도 잇따르고 있다.
해로를 이용한 탈출도 줄을 잇고 있다. 시위대에 장악된 제2의 도시 벵가지에 머물던 한미파슨스 소속 근로자 등 50여명이 터키 정부가 준비한 페리선을 타고 24일 밤 리비아를 빠져나갔다. 정부는 현지 상황이 더 악화돼 전세기 투입이 불가능할 경우, 청해부대 최영함을 투입해 교민과 근로자들의 철수를 도울 계획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5일까지 체류했던 한국인 1,069명이었는데 대한항공 전세기가 330명을 싣고 나올 경우 잔류인원은 347명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탈출로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불가피하게 잔류해야 할 직원들도 많아 한국 교민과 근로자를 전원 소개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은 이들의 고충도 크다. 한 건설 근로자는 트위터를 통해 "보름치 기름과 식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힘들 것 같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부 건설업체는 외국인 노동자의 탈출 대책 수립을 위해 일부 한국인 직원을 현지에 남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체별 외국인 노동자가 수백~수천명에 달해, 인근 국가로의 탈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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