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일본 프로야구로 무대를 옮긴 박찬호(38ㆍ오릭스)에게 ‘보크 경계령’이 떨어졌다.
박찬호는 25일 일본 고치현 동부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백팀 선발 투수로 등판했지만 3과3분의2이닝동안 보크를 2개나 범하며 3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총 64개를 던지며 최고 구속은 145km를 기록했다. 반면 박찬호와 개막전 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사누키 히로시(31)는 청팀 선발투수로 나와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박찬호로서는 투구 내용보다 4회 같은 타자를 상대로 연속 범한 보크가 문제였다. 박찬호는 일본 프로무대 첫 실전 등판인 지난 15일 청백전에서도 2이닝을 던지며 보크 한 개를 기록했다.
보크(Balk)는 주자가 누에 있을 때 투수가 타자나 주자를 속이기 위해 규칙에 어긋나는 투구 동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심판이 보크를 선언하면 누에 있던 주자는 모두 다음 베이스로 자동 진루할 수 있다.
박찬호가 2경기 연속 보크를 선언 받은 것은 모두 세트 포지션에서의 정지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야구규칙 8.05조 중 m항은 ‘투수가 세트 포지션으로 투구할 때 완전히 정지하지 않았을 경우’를 보크로 규정하고 있다.
투수가 주자를 두고 세트 포지션에서 연속 동작에 가깝게 바로 투구를 하면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기만 동작으로 간주한다. 박찬호는 지난 15일 청백전에서 첫 보크를 범한 후 “미국이나 일본이나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경기 후 심판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앞으로 더 주의해야겠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찬호가 열흘 만에 가진 평가전에서 또 다시 보크를 2개나 범하며 무너진 것은 17년간의 빅리그 생활에서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세트 포지션에서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곧바로 투구 동작에 들어가도 웬만하면 보크 선언을 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일본 심판들은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한다. 실제로 박찬호는 이날 투구를 마친 후 투수코치에게 "도대체 보크의 기준이 뭔지 명확히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시즌 낯선 일본 무대에 적응해야 하는 박찬호에게 ‘보크 극복’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떨어졌다. 그러나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찌감치 ‘예방 주사’를 맞은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다. 박찬호는 3월 5, 6일 나고야 돔에서 벌어지는 주니치와의 시범경기에서 본격적인 데뷔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홍팀 4번 타자로 출전한 이승엽(35)은 박찬호와의 2차례 맞대결에서 2회 중견수 플라이, 3회 3루수 플라이 아웃에 그쳤고 5회 1사 1루에서는 볼넷을 얻어냈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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