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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우리가 누리는 많은 혜택, 그가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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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우리가 누리는 많은 혜택, 그가 없었다면…

입력
2011.02.2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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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폴 콜린스 지음ㆍ홍한별 옮김/

양철북 발행ㆍ316쪽ㆍ1만3,500원

혁명가의 삶은 대개 불우하다. 그러나 죽어서는 불후의 존재가 된다. 살아서 겪은 환난과 불온의 낙인은 죽음을 통과하며 금빛 관(冠)으로 변해 그의 묘지를 장식한다.

미국 독립혁명의 아버지 가운데 한 사람인 토머스 페인(1737~1809)은 그렇지 못했다. 이 선각자의 쓸쓸한 죽음 뒤엔 다시 비참한 수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뼈는 파헤쳐져 대서양을 건너갔다. 그리고 고향 영국에서 이리저리 떠돌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긴 시간이 흐르고 그가 꿈꾼 혁신은 세상의 상식이 됐다. 하지만 페인의 뼈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책은 포틀랜드주립대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폴 콜린스가 그 뼈의 행방을 추적한 기록이다. 그는 망각 너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녔다. 자폐증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의 자폐아들의 자취(<네모난 못> )나 버려진 고서들이 모이는 책 마을의 헌책들( <식스펜스 하우스> ) 같은 것들이 콜린스가 쓰는 책의 주제다. 더불어 이 작가에겐 곰팡내 나는 소재를 생생하고 쫄깃한 이야기로 살려 내는 재주가 있다.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사건(the trouble with tom)> 에서 콜린스는 무척 경쾌한 일인칭 화법으로 이 뼈의 뒤를 밟는다. 역사적 서술과 기행 에세이가 뒤섞인 독특한 형식이다. 저자는 18세기와 21세기를 가든한 걸음으로 왕복하는데 불쑥불쑥 드러나는 튼실한 위트가 그 시간의 틈을 붙들어 맨다. 그래서 고전 추리소설 같은 속도감이 있다. 조금 어질하지만 매력적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페인은 한 차례 더 짐을 꾸려, 죽기 위해 여기로 왔다 … 나는 죽고 싶소. 페인이 집 주인에게 말했다. 페인은 종종 울음을 터뜨렸다. 죽지 않으면 내 고통이 끝나지 않을 터이니. '1달러 79센트요.' 계산원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나는 거스름돈을 받고 밖으로 나간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29쪽).

페인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혁명가였다. 1776년 발간한 <상식> 은 '모든 왕은 불합리하다'는 명제로 시작한다. 그는 미국의 독립뿐 아니라 만민 평등, 부의 재분배, 보편적 참정권, 무상 교육, 누진세, 최저임금제, 사형제 반대 등을 주장했다. 노예제가 합법이고 식민지 쟁탈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대였다. 그의 사상은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의 밑거름이 됐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리고 죽은 뒤에도 그는 이단으로 몰렸다.

이 책은 윌리엄 코빗이란 남자가 페인의 뼈를 파내 영국으로 가져간 뒤의 소동을 우스꽝스럽게 그린다. 숱한 이상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페인의 유해는 마치 성배처럼 전해지고 망가지고 분실되고 잊혀져 갔다. 200년 전의 이 좌충우돌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페인의 여행은 민주주의의 여행과 다를 바 없다. 페인이 아니라면 누가 맨해튼의 어사, 버지니아의 목사, 서리의 농부, 런던의 출판업자를 한 자리에 불러 모으겠는가 … 우리는 이들이 향해서 나아가던 보이지 않던 미래다. 우리는 그들이 시작한 모든 투쟁을 이어받은 이들이다. 토머스 페인은 어디에 있는가"(272쪽).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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