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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동물권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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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동물권리선언'

입력
2011.02.2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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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할 헤르조그 지음ㆍ김선영 옮김/살림 발행ㆍ496쪽ㆍ1만8,000원

동물권리선언/마크 베코프 지음ㆍ윤성호 옮김/미래의창 발행ㆍ320쪽ㆍ1만2,000원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됐다. 초기에는 별 느낌이 없었던 이들도 산채로 생매장되는 소와 돼지가 버둥대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동물이라도 이렇게 죽여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끔 됐다. 인간은 과연 동물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동물의 행동과 이에 관련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해 온 학자들이 낸 두 책은 동물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되짚어 보게 한다. 미국 웨스턴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교수 할 헤르조그가 쓴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은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부터 고기를 즐기는 것, 낚시와 사냥, 동물학대, 동물을 실험에 이용하는 것 등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모든 스펙트럼을 다룬다. 콜로라도대 생태학ㆍ진화생물학 교수 마크 베코프가 쓴 <동물권리선언> 은 인간이 동물을 온정적으로 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헤르조그의 책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역설적 현상과 동물에 대한 인간 태도의 비일관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동물권익 보호 집회, 투계장, 동물실험실 등을 관찰하고 채식주의자를 인터뷰하는 등 동물과 관련을 맺고 있는 현장과 사람들을 20여년간 조사해 사람들의 태도가 대단히 모순돼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가령 2002년 타임은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사람이 미국인의 6%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된 채식주의자중 60%가 지난 24시간 동안 붉은 고기, 가금류, 해산물을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의 십대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을 안 하는 또래보다 닭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생선은 동물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은 쇠고기를 먹으면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도 흔하다.

미국 가정에서 개 주인의 90%가 애완견을 식구로 여긴다. 미국동물병원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여성 중 40% 이상이 남편이나 자녀보다 개에게서 더 많은 애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런데 매년 주인에게서 버림받는 개 200만~300만마리가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다. 동물보호운동가들은 공장식 축산의 끔찍함을 알리고 동물 복지에 눈뜨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미국의 육류소비량, 특히 유기축산품 수요는 크게 늘어나기만 했다.

헤르조그는 이러한 비일관성과 역설적 현상은 본능과 학습, 언어적 요소, 문화 등이 뒤섞여 작용하는 인간의 심리적 메카니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귀여운 동물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데 캐나다에서 생후 2주일 미만의 바다표범 사냥을 금지한 것은 이때부터 아기 같은 모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우처럼 매력적인 여자' '벌처럼 바쁜'같은 언어 표현은 이러한 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문화에서는 개들이 사랑스럽고 유용하게 생각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문화에서 개는 혐오스럽고 해로운 동물이다.

베코프의 책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됐으며 동물을 온정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의 제목대로 동물들이 권리선언을 한다면 다음의 여섯 가지가 그 내용일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며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동물은 생각하고 느낀다, 동물은 온정을 느끼며 또한 온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교감은 배려로 단절은 무시로 이어진다, 세상은 동물들에게 온정적이지 않다, 온정적 행동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와 세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베코프는 동물권리선언의 근거로 최신 과학연구, 직접 목격한 일화, 만난 사람의 이야기 등을 제시한다. 가령 포유류는 감정처리에 중요한 뇌 구조가 인간과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사람에게 하는 심리치료 요법이 동물원이나 서식지 침범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한 동물을 치료할 때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까치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본다. 원숭이는 새끼에게 치실 쓰는 법을 가르치며 인간처럼 자기 행동에 대해 후회한다. 책에 제시된 대로 다른 동물 종들이 사람과 유사한 점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면 동물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 실감난다.

베코프는 인간이 동물을 학대하고 무시하는 것은 종(種)우월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동물을 하등동물과 고등동물로 분류하고 이 서열의 최고 단계에 인간이 자리잡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종우월주의인데 이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간주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일 뿐이라고 한다. 매코프의 주장 중 가장 급진적 내용은 모든 생명체는 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타고난 내재적 가치를 가지며, 그 하나만의 이유로도 존중 어린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베코프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매일 먹고, 입고,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동물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지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동물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힘들고 위협받은 적이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사람의 태도가 모순투성이이고 제멋대로라서 구제역 같은 사태를 아무리 겪더라도 그다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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