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입 모르고 지시한듯… 국정원장과 고교 선후배 사이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의혹 사건과 관련,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16일 밤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이를 경찰에 신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4일 "국방부와 기무사 등에서 확인한 결과 김 장관은 사건 당일 밤 11시께 국방부 계통을 통해 보고를 받은 뒤 '도난 사건이므로 국방부가 나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국방무관이 요구하는 대로 경찰에 신고해 잘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그날 밤 11시15분쯤 인도네시아 주재 우리 국방무관(문모 대령)이 112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보좌관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국방장관이 경찰 신고를 결심할 시점에는 국정원이 관여했는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며 "단순 절도범인지 산업스파이인지 알 수 없으니 범인을 잡으려면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신고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국정원을 골탕 먹이려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일각의 설을 부인한 것이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선 국정원과 국방부간 불신과 반목이 이번 사건의 한 배경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 장관은 서울고 선후배 사이"라며 "두 사람 관계만 놓고 보면 양측 갈등설은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김 장관은 서울고 20회이고, 원 원장은 22회로 김 장관이 2년 선배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가 나쁠 게 없고 오히려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서울고 출신의 다른 여권 인사도 "두 사람은 장관과 원장이 되기 전부터 서로 연락하고 지내던 사이"라고 말했다.
물론 수장의 개인적 친분과 관계 없이 양측 기관 실무자들끼리 갈등과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수장간 관계를 감안하면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의도를 가질 정도로 갈등이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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