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가 는 것도 아닌데…적자→대출→연체 '빚의 악순환'
한 달에 112만 100원을 벌어들여 140만 3,400원을 쓴다. 정부나 친지, 지인 등에게서 받는 돈(35만 8,400원)을 합쳤는데도, 매달 28만3,300원이 적자다. 889만원의 빚이 쌓여 있지만 적자 가계부가 계속되는 한 갚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의 2010년 가계금융조사와 4분기 가계동향에 나타난 소득하위 20% 가정(소득 1분위), 즉 저소득 서민가정의 평균적 모습이다. 소득 1분위 가구는 적자규모가 가처분소득의 28.1%에 달한다. 역시 서민이라 할 수 있는 하위 20~40%(2분위) 가정은 소폭의 흑자(16만 5,500원)는 내지만 저축은 엄두도 내기 힘들 정도로 빠듯한 규모다. 상위 20% 가정(5분위)이 695만 1,800원을 벌고 493만 1,900원을 지출해 매달 201만 9,900원을 남기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하위 20% 가정의 가계부를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소득이 3.2%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지출은 7.4%가 늘었다. 신선식품 가격 급등 여파로 식료품 지출이 12.7% 늘었고, 의류ㆍ신발 지출도 16% 늘었다. 의료ㆍ보건비가 10.1% 늘어난 반면 교육비(-1.8%)와 외식ㆍ숙박비(-1.8%)는 지출이 감소했다. 씀씀이를 늘려서가 아니라, 이게 다 물가상승 때문이다.
저소득층이 빚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가계살림이 만년 적자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 증가 속도가 지출을 따라잡지 못해 적자 규모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소득 하위 20% 가정 중 적자를 기록하는 비율은 58.6%. 전국가구 평균(27.3%)의 두 배다. 2분위 가정도 3분의 1이 적자를 기록한다. 결국 저소득층 가계에서는 적자→생활비 대출→연체→신용도 하락→금융비용 증가→가처분 소득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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