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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남도 봄 음식 투어 - 거제 도다리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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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여행 - 남도 봄 음식 투어 - 거제 도다리쑥국

입력
2011.02.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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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려수도를 차창에 달고 환상의 드라이브… 통영이 부르네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은 섬으로 바다를 이룬 충무공의 땅이다.

산양일주도로가 있는 미륵도는 통영대교와 충무교와 함께 해저터널로 이어진 섬이다. 이 터널은 1932년 동양 최초로 만들어진 바다 밑 터널이다. 통영반도와 미륵도 사이의 좁은 물목인 착량은 임진왜란 당시 쫓기던 왜선들이 물길로 착각하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갈 수 없게 되자 급히 땅을 파고 물길을 뚫어 도망쳤다는 곳이다. 그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은 왜군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한다. 이후 일제는 이곳에 운하를 파서 물길을 넓히고 그 밑에 터널을 뚫었다. 일본인들이 이곳에 다리를 놓으면 한국인들이 자기 조상들의 원혼을 밟게 된다고 터널을 뚫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륵도 순환도로는 통영이 자랑하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바다를 차창에 달고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그 길에서 달아공원은 낙조 포인트로 유명하다. 점점이 바다 위에 뜬 섬들 너머로 태양이 지며 동백꽃만큼 붉은 빛을 퍼뜨린다.

통영은 한산대첩을 이룬 충무공의 호국 성지 다. 통영 시내의 충무공 유적은 세병관과 충렬사가 있다. 국보 제305호 세병관은 1604년에 지어진 거대한 객사. 경복궁의 경회루, 여수의 진남관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목조건물로 이름이 높다. 세병관 인근의 충렬사는 충무공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충무공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통영에서 쉽게 건너갈 수 있는 섬들 중 욕지도와 한산도를 추천한다. 뛰어난 풍광을 지니면서도 찾는 이 드물어 호젓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욕지도는 통영을 출발해 납도 상노대도 봉도 연화도 등을 헤치고 나가 맞는 섬이다. 이 섬의 이름에 담긴 뜻이 고매하다. '알고자 하거든'이라, 선문답에 나옴직한 이름이다. 주민 2,400여 명이 사는 욕지도는 한때 남해의 어업전진기지로 섬에 파시가 섰을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내해와 외해가 만나는 곳에 있어 그 어느 곳보다 풍부한 어장을 자랑한다.

욕지도를 구경하는 방법은 2가지다. 배로 실어온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섬드라이브를 즐기는 것과 섬의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오솔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것이다 섬이 크지 않아 하루에 2가지 모두를 즐길 수 있다. 여유가 있으면 갯바위나 방파제에 걸터앉아 미끼 갈기가 귀찮을 정도로 올라오는 바다낚시에 빠져들 수 있다.

한산도에서도 호젓하게 봄을 느낄 수 있다. 한산도 곳곳엔 한산대첩의 역사가 지명으로 새겨져 있다. 충무공 유적지인 제승당이 있는 두억리(頭億里)는 당시 바다에 떨어진 왜군의 머리가 1억개나 됐다고 해서, 두억리의 포구 문어포(問於浦)는 도주하던 왜군들이 길을 물었다 해서 지명이 붙었다. 두억리 뒤편의 개미목은 왜군들이 도망치느라 개미처럼 달라붙었던 곳이고, 면사무소가 있는 진두(陣頭)는 당시 진영이 설치됐던 곳이다.

진두 앞바다엔 추봉도가 있다. 추봉대교가 있어 한산도에서 쉽게 차로 넘어갈 수 있다. 아령 모양으로 길쭉한 추봉도에는 봉암 추원 예곡 곡룡포의 네개 마을이 있다. 외길의 포장도로가 이 길을 잇는다. 길이 능선을 달릴 땐 통영의 푸른 바다가 크게 펼쳐진다.

통영=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토실토실 하얀 도다리 살… 봄은 바다에서 밀려오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문득 봄의 향이 느껴졌다. 짙은 솔향같은 상쾌함이 폐부를 찔러오는 것 같기도 했고, 봄볕의 나른함을 닮은 구수함이 몸 속 깊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남녘에서 불어온 그 봄냄새를 좇아 킁킁거리며 봄이 먼저 닿았을 남으로 차를 달렸다. 봄의 푸름이 채워지는 줄 안 몸이 먼저 달아올랐다. 차창 밖 바람마저 부드러웠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선배는 아무리 화려한 꽃이 피고, 신록이 번져도 도다리쑥국 한 그릇을 먹기 전에는 아직 봄이 아니라고 했다. 도다리는 바다를, 쑥은 뭍을 대표하는 봄의 전령이다. 살이 부드럽고 뼈도 연한 도다리와 언 땅을 뚫고 올라온 향긋한 약쑥이 만난 도다리쑥국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는 보양식이다. 통영 거제 고성의 많은 식당들이 이맘때면 도다리쑥국을 대표 메뉴로 선보인다.

도다리는 봄이 되면 산란을 끝내고 살이 토실토실 차오른다. 겨울 도다리는 모든 영양분이 산란에 맞춰져 육질이 무르고 맛이 떨어진다.

경남 거제도 성포의 한 회집서 도다리쑥국 한 그릇 청하곤 올핸 도다리쑥국이 언제부터 내놓았는지 물었다. 주인은 "설 쇠고 사나흘 있다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겨울엔 대구탕이 계절음식인데 설 쇠면 그 맛이 떨어진다. 대구탕이 딱 끝나면 그때부터 도다리쑥국이다"고 했다. 도다리는 설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지만 노지쑥이 예년에 비해 며칠 늦게 올라왔단다.

손바닥만한 도다리 한마리 통째로 들어간 쑥국이 나왔다. 수저로 도다리 살점을 발라 국물과 함께 입안에 넣었다. 야들야들한 하얀 살에는 쑥향이 배어있다. 입안 가득 봄의 섬 하나가 꽉 들어찬 느낌이다. 도다리의 작은 가시는 그냥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

국그릇이 비워갈 즈음 이마와 등줄기에선 땀이 주르륵 흘렀다. 도다리쑥국의 매력은 바로 이 후끈함이다. 단지 국물이 뜨거워서가 아니다.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은 멀건 국물이라 맵지도 않은데 몸은 후끈하게 반응한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 몸속의 겨울을 내쫓고 따뜻한 봄기운을 불어넣었다.

도다리쑥국은 육수에 된장을 풀고 도다리를 넣어 끓인 뒤 마지막에 싱싱한 쑥 한 줌을 얹는다. 파 마늘 등 양념이 많을수록 쑥의 향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되도록 양념은 줄여야 한다. 이 횟집이 쑥을 얻어오는 곳은 한산도 칠천도 등의 주변 섬이라고 한다. 매년 요맘때면 할머니들이 쑥을 뜯어 모아 보내온단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쑥도 있지만 향이 나질 않는다"는 주인은 "언 땅을 뚫고 처음 올라온 지금의 쑥이 진짜 약쑥"이라고 했다.

도다리쑥국집은 거제도에선 성포의 평화횟집(055-632-5124)이 유명하고, 통영에선 부소식당(055-644-0495), 한산섬식당(055-642-8021) 등이 유명하다.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굴곡이 심해 해안선의 길이(387km)는 제주(263km)보다 길다. 그 굴곡진 해안이 거제 관광의 핵심이다. 내해를 끼고 있는 섬의 북서쪽은 양식장만 가득해 별 볼거리는 없고 장승포에서 저구에 이르는 남동쪽 해안이 경승지다.

와현해수욕장을 지나 만나는 구조라해수욕장은 아늑해서 좋다. 백사장 바로 앞에 윤돌도라는 작고 예쁜 섬이 떠있다. 마치 고둥을 엎어놓은 것같은 이 섬은 물이 빠질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학동몽돌해수욕장은 거제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이다. 멀리서 보면 검은 주단 같은 1.2km 정도의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다. 모난 돌멩이는 하나도 없다. 파도의 모진 뭇매에 닳고 닳은 돌멩이들이다. 몽돌의 파도 소리는 여느 백사장과 달리 깊고 찰지다.

해금강, 함목몽돌해수욕장, 도장포가 있는 갈곶은 거제에서도 경승집합소다. 함목몽돌해수욕장은 학동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주변 풍경만큼은 한 수 위다. 도장포 선착장 위의 잔디로 덮인 민둥산이 바람의 언덕이다. 바다로 비죽 튀어나온 언덕에 서면 몸과 눈이 시원해진다. 바람의 언덕 반대편은 신선대다. 다포도와 대소병대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바다 풍광이 장쾌하다. 거대한 뱃전을 닮은 신선대 위에 서면 만경창파 큰 바다 위에 둥실 떠있는 느낌이다. 해금강은 갈곶의 끝에 있다. 도장포에서 유람선을 타면 해금강의 십자동굴, 사자바위, 일월봉 등 절경을 즐길 수 있다.

거제는 봄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이다. 섬진강 자락의 매화는 아직 움을 틔우기 전인데 거제 구조라해수욕장 옆 옛 구조라초등학교 교정의 매화나무는 이미 하얀 꽃을 만개했다. 수령 100년이 넘은 4그루의 매화나무다. 폐교된 교정엔 서바이벌게임장 등 위락시설이 들어서 어지럽지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난 매화만큼은 더없이 화사하다.

거제의 꽃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지심도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지심도는 동백섬이다. 섬 전체가 꽃다발 같은 동백숲이다. 섬을 덮은 수종의 70%가 동백이다. 요맘 때 동백은 절정을 이룬다.

지심도의 하이라이트는 폐교를 지나 북쪽 전망대로 이어지는 동백숲 터널이다. 수십, 수백 년 된 동백나무들이 세월의 굴곡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숲의 공간들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푹신한 오솔길에 동백꽃이 우수수 떨어져 흙길 가득 붉은 카펫을 깔아놓을 땐 정신이 어질어질 하다.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할 정도다. 섬의 남쪽에선 일제의 흔적을 만난다. 포대 구조물 3개와 탄약고가 있다. 길이 1.5km, 폭 500m의 작은 섬이기에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다.

거제=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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