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3일. 제 이름 석자를 내걸고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재단'을 설립한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현역시절 재능은 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를 더러 보았습니다. 저 역시 운동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암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테니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지가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그룹과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받은 것을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출발이 아카데미 재단설립이었습니다. 아카데미 재단을 단순히 테니스를 가르치는 학원이 아니라 장학사업과 선수 복지사업을 함께 진행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선수 양성소로 키울 계획이었습니다.
이보다 약 한달 앞선 11월 1일. 저는 24년 동안 정든 코트를 떠나면서 다짐했습니다. '한국테니스에서 제가 남긴 성적을 뛰어넘는 제자를 반드시 키우겠다'고 말입니다. 이형택 아카데미 재단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체력을 가장 앞자리에 놓았습니다.
서양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체력 이외에 다른 비법이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부문을 소홀히 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테니스는 마라톤과 골프처럼 대표적인 멘탈스포츠 이기에 정신적인 무장도 강조했습니다.
실제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인드나 컨디션 조절 등에 대해 조언해주는 것이 이곳 아카데미재단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사실 워밍업과 대회 이후 컨디션을 조절하는 방법은 제가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들이 학생들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되었는지 반응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형택 아카데미 재단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봅니다. 사무공간 재배치를 둘러싸고 춘천시와 갈등도 없지 않았습니다. 저 하나 믿고 어린 학생들을 맡기신 학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치 못한 모습도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한 작은 진통이 아닐까요. 올해는 '누가 한국테니스의 미래를 묻는다면 이형택 아카데미 재단을 보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끔 초심으로 돌아가 채찍질 하겠습니다.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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