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민주화 바람이 북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당장 반(反) 김정일ㆍ김정은 독재체제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북한의 독재체제가 중동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우선 북한에서는 중동 혁명의 촉매제 역할을 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철저히 차단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엄격한 내부 통제∙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다 주민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해외 정보를 취득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또 철권통치에 대항할만한 조직이나 단체도 없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과거 공산권 국가들의 붕괴를 경험한 북한은 체제 정당성의 논리를 설명하는 교양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이라면서 "초기 진압 등을 포함해 체제 안정을 위한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대외경제연구원의 조명철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주변국과 소통하지 않는 북한 체제는 갈라파고스군도처럼 자체적으로 진화하는 고립된 체제"라며 "심지어 중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도 당장 북한에 파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어 "북한군은 주민들보다 더 폐쇄돼 있어서 군부가 먼저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중동의 시민 봉기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중동 혁명이 중장기적으로 북한 체제의 모순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당장은 김정일ㆍ김정은 부자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릴만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민주화의 싹을 띄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시장 종사자들과 엘리트 계층은 중동의 민주와 소식을 접하고 있을 것"이라며 "극심한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친구, 친지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 체제 모순에 대한 자각이 확산되면 결국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군부도 표면적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이지만 3대 세습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동 혁명의 소식은 길게 볼 때 북한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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