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정정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피해 분야별 시나리오에 맞춘 총력 대비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24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 및 참모들이 참여한 '중동사태 상황점검ㆍ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부처별로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리비아 사태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교민과 진출기업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중동사태의 동향 및 전개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소관분야별로 대응전략을 시행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특히 유가수준별 국내 경제영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대응책을 철저히 마련하라"며 "위기와 관계없이 에너지 낭비 요소가 없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교민ㆍ건설업체 보호
당장 시급한 교민안전에는 육ㆍ해ㆍ공을 아우른 대피수단이 제공된다. 외교통상부와 국토해양부는 이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교민 260명을 국내로 수송하기 위한 이집트항공 전세기를 급파한 데 이어 25일에는 330석 규모의 대한항공 B747 전세기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정부는 철수를 원하는 교민이 더 있을 경우, 계속해서 전세기를 투입할 방침. 이밖에 육로 이동에 편의를 제공하고 인근 국가 국제여객선을 확보해 주변국 항만으로 수송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반정부 시위로 현대ㆍ이수건설 등 8개 현장의 차량ㆍ기자재 탈취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현지 업체간 협력을 통해 대형 건설공사장 캠프로 집결해 집단방어 체제를 구축중"이라고 보고했다.
석유공급
지식경제부는 이날 석유수급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석유수급 차질에 대비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지경부는 "이번 사태가 원유생산량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적지만 최악의 경우 석유의 중동의존도(82%)가 높아 차질이 우려된다"며 "두바이유 가격은 당분간 더 올라 배럴당 110~120달러 선까지 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우선 원유 도입에 차질징후가 보일 경우, ▦업계의 원유재고와 도입 현황을 매일 점검하고 ▦러시아 등지로 원유 대체도입선 확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실제 수급차질이 빚어지면 ▦현재 40일인 민간 석유업체의 비축의무 기간을 30일 정도로 낮추고 ▦석유제품 수출 축소를 권유하는 한편, ▦정부 비축유 방출도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1월말 현재 정부의 비축유는 총 8,721만배럴로 올해 240만배럴을 추가 비축할 예정이다.
경제ㆍ물가 충격
최근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회복중인 우리 경제에는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 우려까지 높아지는 상황. 더구나 연초부터 급등한 물가에 중동사태로 인한 고유가는 그야말로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정부는 2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천명한 전방위 물가 대책에 한층 속도를 낼 태세다. 곡물가격 급등에 대비해 당장 내년부터 쌀 이외 밀ㆍ콩ㆍ옥수수 등 주요곡물을 55만톤 정도 비축키로 방침을 정했다. 원자재난과 관련해서는 조달청이 비축목표량 차등화에 나섰다. 공급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중소기업의 수요 비중이 큰 구리의 목표 재고량을 80일로 20일 더 늘리고, 코발트, 비스무스도 80일분을 목표치로 상향 조정했다.
주석(75일분), 인듐(70일분), 탄탈륨(65일분), 리튬(65일분)의 목표 재고량도 더 늘렸지만 알루미늄은 줄였다. 고유가 충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원유수입시 관세(현재 3%)를 인하하는 방안과 함께 그 동안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유류세 인하 필요성도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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