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발표된 작품을 교과서 참고서 등에 재수록하는 2차 사용의 저작권을 관리해 주던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회원 작가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신탁 저작권을 행사한 데 대해 해당 작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도종환 박상률 노경실 박수연 백은하 천희수 박성우씨 등 17명의 작가 및 평론가들은 24일 협회의 불공정 신탁약관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협회는 해당 작가와 협의도 없이 제3의 출판사에 창작동화전집(60권) 출간을 허락함으로써 다른 출판사에서 판매 중인 작품 41권이 중복 출간됐다”며 “협회는 또 작가가 원하지 않는 계약을 종용하거나 협의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작가에는 탈퇴서를 보내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양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책을 내는 글뿌리출판사가 지난해 10월 출간한 60권짜리 창작 동화ㆍ동시 전집 중 41권이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돼 시중에 판매 중인 작품들이다. 중복 출간이지만 글뿌리 측은 해당 작가들로부터 저작권을 신탁받은 협회와의 정상적 계약을 통해서 출간했다는 입장이다. 작가들은 그러나 “협회와 맺은 저작권 신탁 계약은 기 발표작을 학습지 등에 재수록할 때 저작권료를 대신 받아주는 것”이라며 “협회가 저작물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고 반발했다.
문제의 핵심은 저작권 신탁을 규정하고 있는 협회의 약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저작권 신탁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포괄적으로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1988년 출범한 협회는 실제 작가들이 일일이 관리하기 힘든 교과서나 참고서 등의 재수록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챙겨 주는 순기능을 맡아 왔지만 이 같은 모호한 약관을 악용하려 들 경우 작가들의 저작권을 포괄적으로 행사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어린이 문학평론가 김이구씨는 “협회가 이미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들이 협회를 탈퇴해 새로운 단체를 구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작가의 의사를 무시하는 불공정한 신탁 약관을 전면 개정해 학습지 재수록 등 2차 사용에 대한 저작권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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