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단체에 기부를 하겠다, 커피를 줄이겠다, 이런 결심들 있잖아요.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일들을 어플에 올려 스스로 다짐도 하고 다른 분들에게 그 결심을 알리는 거죠. 또 이를 통해 남을 돕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이 개발한 '착한 포기, 착한 결심'이란 아이폰용 어플을 설명하는 유지연(28)씨의 눈동자가 조금씩 커졌다. 나의 작은 욕심을 하나 포기하고 그만큼 다른 착한 결심을 하나씩 실천하자는 취지로 만든 이 어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종인 트위터와 미투데이에 연동돼 사용자의 결심을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방식이다. 또 원하는 이미지에 결심을 담은 말풍선을 저장해 항상 스스로 되새겨 볼 수도 있다.
유씨가 어플을 개발하게 된 건 국제아동지원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과의 인연 때문이다. 2005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소프트웨어 개발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2009년 말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진행 중인 저개발국 신생아를 위한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작년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취미 삼아 어플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캠페인을 홍보하는 어플을 만들고 싶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마침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가 연락을 해 왔다.
하지만 그의 첫 재능기부 작품은 모자 뜨기 관련 어플이 아니다. "이미 다른 회사에서 제작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진행할 '착한 포기, 착한 결심'캠페인용 어플을 만들기로 결정했죠."
개발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기획 개발작업을 함께했고 실제 기술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한 달 정도 걸렸다. "작은 어려움도 있었죠. 캠페인은 시기가 중요한 데 회사 일과 병행하다 보니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기부 어플로 후원금을 직접 모금할 수 없다는 규정을 몰라 한 차례 등록을 거절당하기도 했었습니다." 유씨는 개발중인 안드로이드용 어플도 내달쯤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어플 개발을 통한 재능기부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 봉사에 관심이 많았지만 활동적인 성격은 아니라 제 취미와 맞는 봉사방법을 고민했거든요. 마침 제 일과 성격에 딱 들어맞는 걸 찾게 된 거죠."
유씨는 올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계획 중인 캠페인도 함께 할 예정이다. "저는 우연하게 시작하게 됐지만 찾아보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어플이 상당히 많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가 뒤따랐으면 좋겠어요."
참, SNS를 통해 착한 포기를 권유하는 유씨 본인은 무엇을 포기했을까. 그는 "잠을 줄였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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