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독주하고 있지만, 대선주자를 특정하지 않고 '한나라당 후보와 야당 단일후보 중 누구를 택할 것인가'를 물으면 '야당 단일후보'를 꼽는 사람이 조금 더 많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서는 야당 후보를 택한 응답이 40.6%로, 한나라당 후보(38.6%)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동서리서치 조사(2월 8일)에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를 꼽은 응답이 44.5%로 범여권 단일후보(37.3%)를 선택한 답변보다 7.2% 포인트 많았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1월11~17일)에서는 야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가 각각 36.8%, 35.4%의 지지를 얻었다. 대부분 조사에서 야권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은 것은 이명박 정부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정권을 심판하려는 투표 성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도층 사이에서 현정부에 대한 반감과 이탈 기류가 증가하는 현상이 다음 대선에서는 야권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임에도 야권 대선주자 개개인의 지지도는 부진하고,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는 30~40%대를 오가며 견고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뭘까.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27일 "야권 지지 성향 민심을 대표할 단일후보가 아직 뜨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대선 정국이 본격 시작되고 야권 단일후보가 나와 여야 1대 1 구도가 되면 판세는 접전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국면에서 '정권 교체' 바람이 분다면 지금은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일부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이 야권 후보 지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구축한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도 속엔 이미 '반(反)이명박 대통령 정서'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비(非)영남, 중도 지지층의 이탈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들은 박 전 대표를 심판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현정권의 대안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야권이 먼저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후보 이름을 넣지 않고 실시되는 가상 대결 조사 결과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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