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론 봇물] 어설픈 국정원 왜?
내부 갈등에서 어설픈 정보 수집 활동까지 국가정보원의 난맥상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계기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이 특사단 숙소에 침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그간 국정원의 행태를 볼 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정ㆍ관계의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국정원 내부 알력 등도 거론되지만 작전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수행 요원들의 미숙한 수집 활동"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그간 본연의 임무인 정보 수집 활동에서도 낙제점을 받아왔다.
지난해 리비아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정보 수집 활동을 하다가 당국에 적발돼 국교 단절 위기를 낳기도 했다. 국정원은 현지 언어에 능통하지 않는 직원을 파견해 지난해 6월 리비아 무기목록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로 적발됐다가 강제 추방됐다. 또 일부 해외 공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이 무리한 정보 활동과 부도덕적인 행위 등으로 조기 송환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북한 관련 정보 수집 및 분석 기능이 과거보다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과정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의 대북 전문가들이 상당수 물갈이되면서 전문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체제 불안에 봉착한 북한 정권도 내부 정보의 유출을 엄격히 단속하고 있어서 북한 정권 수뇌부 동향 등에 대한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 기능이 많이 약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1차장실이 탈북자들의 전언에 의존해 대북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학적 기법과 첨단 장비 등을 동원한 정보 수집 기능이 크게 향상된 것도 아니다. 국정원은 이와 관련 "과학적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국정원의 정보 수집 기능 약화는 원세훈 원장의 지나친 성과주의와 인사 정책 실패, 미흡한 조직운영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2009년 2월 원 원장 취임 이후 잦은 인사로 직원들의 전문성과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에 소속된 여당 의원은 "원 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잦은 인사를 통해 업무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이 서로 섞이면서 역량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각 부처 및 기관과 국정원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정보 수집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국정원과 정부 부처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정보기관의 문제점이 쉽게 외부로 노출되기도 한다.
국회 정보위의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연평도 사건 이후 (국방부와 국정원 간)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번에도 국가기관 및 정치세력 간 갈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경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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