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악 지진잔해 곳곳서 신음소리… 병원 부상자로 북새통각국 구조대 속속 도착 "큰 餘震 온다" 초긴장
뉴질랜드 역사상 80년만에 최악의 지진 참사를 겪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23일에도 필사의 구조작업이 이어졌다.
22일 밤 폭우에도 구조대원들은 무너진 잔해 속에서 30여명을 구조했고, 23일에도 구조는 이어졌다. 구조 작업은 생존자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완전 붕괴된 곳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P통신은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생존자들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구조대는 수색견과 중장비는 물론 맨손으로 건물더미를 들어내며 구조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대 1분간 지속된 이번 지진으로 시내 상당수 도로에서는 벽돌, 콘크리트 등의 잔해로 교통이 두절됐고, 건물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헬기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고 수도관도 터졌다. 중경상자 수백명이 병원에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도 잠정 폐쇄됐다 23일 오후부터 항공기 이ㆍ착륙이 재개됐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규모가 120억달러(1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미 투자은행 JP모건은 보험에 가입된 재산을 근거로 산출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23일 현재 7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매몰자는 최소한 100여명, 실종자는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사망자수는 급증할 전망이다. 밥 파커 시장은 "대학살을 방불케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앞으로 들어올 소식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다 많은 생존자를 구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지만 여진으로 인한 건물 추가 붕괴 가능성 때문에 초긴장 상태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가장 높은 호텔인 '그랜드 챈슬러 호텔'까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인근 2개 블록의 출입을 금지했다. 실제 22일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23일 오전까지 규모 4이상의 여진이 10여차례 발생했다. 존 타운엔드 캔터베리대 지구과학 교수는 "이번 지진이 지난해 9월 발생한 지진과 관계가 있으며 규모가 큰 여진이 또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지난해 9월4일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한 이래 수백 차례의 여진이 계속됐다. 당시 지진으로 물적 피해와 부상자가 나왔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지진은 주거지에 가까운 데서 발생했고 진원도 지표면에 보다 근접해 규모는 작았지만 피해는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뉴질랜드는 지각이 가장 불안정하고 약한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는데다, 특히 충돌이 심한 태평양판과 인도ㆍ호주판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 해마다 1만4,000차례의 지진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 사상 최악의 지진은 1931년 북섬 호키만에서 발생한 것으로, 최소 256명이 숨졌다.
세계 각국에서도 크라이스트처치로 구조대를 급파하고 있다. 이미 호주와 싱가포르 구조대는 23일 뉴질랜드 구조대와 합류해 구조에 나섰고, 75명으로 구성된 미국 수색구조대와 일본 구조대(60명), 영국 구조대(63명)도 24일 도착할 예정이다. 머레이 매컬리 외무장관은 "신속한 구조활동이 중요한 시기에 세계 각국에서 재빨리 달려와줘 정말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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