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폰·아이폰 등 구글 '기본 검색' 설정다음 제치고 점유율 2위포털 "바탕화면 노출 방해 OS 이용한 독주" 비난… 공정위 제소 검토 중
'꽃의 화사함이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花無十日紅).'
인터넷 시대에 승승장구했던 국내 포털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 시대를 맞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모바일 검색 등 주요 기능에서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등에 우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에 밀리기 때문이다.
포털들의 위세가 꺾이는 것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탑재된 모바일 검색 기능 때문.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이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모두 구글이 기본 검색으로 설정돼 있다. 그렇다 보니 네이버나 다음은 스마트폰에서 찬 밥이다.
물론 네이버와 다음의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패키지를 내려받아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초보자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은 일부러 앱스토어를 찾아 설치하려고 들지 않는다. 동영상, 지도 등도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포털들이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의해 바탕화면에 노출시키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이를 구글에서 방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충돌이 발생하는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면 구글에서 호환성 테스트를 고의로 지연시킨다는 주장이다.
호환성 테스트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을 구글이 인증해 주는 절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4~5일 걸리는 호환성 테스트를 구글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를 탑재할 경우 2,3주 이상 끌어서 국내 A사와 B사의 경우 스마트폰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통사의 경우 구글과의 관계 때문에 국내 포털들과 사업하기 힘들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략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집중하는 모 이통사는 구글과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 국내 포털들의 서비스 기본 탑재를 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는 구글 서비스의 기본 탑재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 지도와 동영상 등의 구글 서비스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할 때 제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국내 포털들의 이용률은 PC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매트릭스와 업계가 집계한 모바일 검색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가 54.5%로 1위, 구글이 18.1%로 2위, 다음은 15.7%로 3위다. 같은 기간 PC 검색 이용률은 네이버 75.2%, 다음 15.7%로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구글은 1.2%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점유율 변화는 매출과 연관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모바일 검색에도 광고가 붙기 때문. 네이버의 경우 모바일 검색 광고를 통해 하루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연간 180억원 수준으로, 네이버는 이를 올해 연간 3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구글의 독주 때문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포털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OS를 이용한 구글의 독주를 경쟁제한요소로 보고 있다. 즉, 자사 서비스를 위해 타사 서비스를 배제하는 불공정행위라는 뜻이다. 이에 일부 포털들은 구글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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