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로 예정된 법률시장 개방으로 국내 변호사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형 로펌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생 10명 중 4명이 미취업 상태일 정도로 변호사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내 로펌들이 외국 로펌과의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은 최근 12명의 전직 법관을 영입하기로 했다. 대법관 후보에 올랐던 이재홍 전 서울행정법원장을 비롯해 지방법원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및 재판연구관 출신이 속속 김앤장에 합류했다. 지난해 법관 출신 영입자가 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 사법연수원 수료생 15명, 10명 내외의 군법무관 출신을 포함하면 김앤장이 올해 영입한 변호사는 40여명에 달한다.
김앤장은 최근 2~년 사이 꾸준히 변호사 영입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변호사 380여명, 외국 변호사 80여명으로 총 460여명이었던 김앤장은 올해 신규 영입으로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변호사 수 500명을 돌파하게 된다.
김앤장의 공격적 영입은 2위 로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광장 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평양은 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 15명을 이미 채용한데 이어 군법무관 출신 9명, 법관 출신 2명을 영입할 계획이다. 세종과 광장도 각각 25명 내외를 신규 영입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외국 변호사를 포함한 전체 변호사 수에서 태평양은 288명, 세종과 광장은 280여명 정도로 늘어난다. 2위권 로펌들도 변호사 300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상위권 로펌들이 이처럼 업계 불황에도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배경에는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계 초대형 로펌과 '규모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정이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수천명의 변호사 수를 자랑하는 외국계 로펌과의 싸움에서 국내 로펌이 버텨내려면 몸집 불리기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계 로펌이 국내 유능한 변호사들을 데려가기 전에 자원을 선점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중소 로펌은 불황으로 신규 변호사 영입에 엄두도 내지 못하거나 최소한으로 숫자를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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