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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집' 15명, 대학로서 자전적 연극 "작곡가·배우 꿈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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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집' 15명, 대학로서 자전적 연극 "작곡가·배우 꿈 생겼어요"

입력
2011.02.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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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놀다가 4명 꽉꽉 채워서 택시를 탄 거야. 한 명은 광명, 한 명은 응암, 한 명은 사당, 나는 구리야. 다 들러서 내려주고 내가 마지막에 내린다? 택시비가 10만원 넘게 나왔어." "대~박. 그래서요?" "뭐가 그래서냐? 백만 불짜리 다리로 튀었지."

23일 오후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 소극장. 이날 밤 첫 공연을 한 연극 '잘 먹었습니다'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들. 하지만 "내 양말 안엔 항상 담배가 들어있었어" "빽차랑 택시 따돌린 얘기 지겹지도 않냐?"처럼 대사는 꽤나 거칠었다.

세계예술치료협회가 주최하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가 주관한 이 연극의 출연진은 특별했다. 위기청소년 보호시설인 '청소년의 집'에 거주하는 15명의 10대들이다. 소년원 등을 거친 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이곳에 살게 된 이들은 3개월 전부터 자전적 연극을 준비해왔다.

극은 비행청소년들이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으로, 극중 역할은 출연하는 이들의 사연을 재구성해 탄생했다. 우울증을 앓는 홀어머니와 살다 오토바이를 훔치는 바람에 소년원으로 갔다는 정모(19)군은 극중에서도 아픈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승우 역을 맡는 식이다.

연습 현장에서 본 이들의 연기는 물론 서툰 점이 많았다. 동선은 엉키고, 자기 차례를 잊기도 했다. 하지만 뜨거운 조명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대사를 곱씹는 이들의 진지한 모습은 배우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한 장면을 갖고 연습하느라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들이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조연출을 맡은 이상민(31)씨는 "한부모 가정이나 결손가정에서 자라 범죄의 길에 빠져든 청소년들은 사회에 반감이 많았다"면서 "낯선 사람과 눈도 마주치기 싫어하는 이들을 여러 번 만나 설득했다"고 말했다.

3개월 사이 이들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또래 여자아이를 성폭행해 감별소까지 보내졌던 정모(15)군은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가장 어려운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며 "절대 과거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다.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도 가도 나중에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승우 역의 정군도 "작곡가의 꿈이 더 확고해졌다"며 스스로 흐뭇해했다.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 연극 한 편을 완성해가는 동안 운전면허 시험이나 검정고시를 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세계예술치료협회 서현정 대표는 "이번 공연이 출연한 아이들에게 일회적 성취감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모으는 계기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23, 24일 대학로 스타시티 소극장에서 무료로 열린다. 070-8240-2004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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