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믿기지 않아요. 오랜 경력의 작가도 평생 받을까 말까 한 상인데…"
한국 책으로는 처음으로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마음의 집> 의 글 작가 김희경(34)씨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겨우 두 권의 어린이 책을 낸 신인 작가로서 어린이 책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아동도서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탈리아의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주최측은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창비가 지난해 1월 펴낸 그림책 <마음의 집> 을 올해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창작성과 예술적 디자인 등을 따져 매년 픽션, 논픽션, 뉴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 등 4개 분야에 대상 1권과 우수상 2~3권을 선정하는 라가치상은 '아동출판계의 노벨문학상'으로도 불린다. 한국 책은 그 동안 우수상을 다섯 차례 받은 적이 있으나, 대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음의>
<마음의 집> 은 김희경씨가 글을 쓰고, 그림작가로 유명한 폴란드의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씨(51)가 그림을 맡은 그림책. 보이지 않는 마음을 집이라는 공간에 비유해,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철학적 주제를 시적인 글과 감각적인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이 책은 한 편의 우아한 시다. 탁월한 완성도로 추상적인 기하학적 형태들이 표현되었으며, 암시적인 구조물들은 이미지와 함께 철학적 대화를 이끌어 낸다"며 "이러한 책이야말로 어린이문학의 자랑이자 명예이다"며 극찬했다. 마음의>
이화여대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김씨는 어린이 대상 미술 교육프로그램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어린이책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철학을 공부하던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으나, 책을 낼 생각을 못했던 그는 시각장애 어린이용 점자 책 출간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된 출판 기획자의 권유로 2009년 첫 그림책 <지도는 언제나 말을 해> 를 출간했다. <마음의 집> 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마음의> 지도는>
이번 수상작 그림을 그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씨는 국내에 그의 그림책이 10여권 번역됐고, 한글을 이용한 그림책을 그릴 정도로 한국과 교류가 깊은 작가다. 김씨가 2008년 볼로냐 도서전 때 지인의 소개로 만나 그에게 글을 보여줬는데, 즉석에서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김씨는 "라가치상은 책에 수여되는 상으로, 글 작가와 그림작가, 출판사가 공동으로 노력한 성과"라면서 "앞으로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창비 관계자는 "언어적 장벽 때문에 한국 문학의 작품성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 무척 어려운데, 직관적인 텍스트와 이미지가 공존하는 그림책이야말로 세계와 직접 소통하며 한국의 문학성을 알릴 수 있는 장르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번 수상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 어린이문학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경수씨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거짓말 같은 이야기> (시공주니어 발행)가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라가치상에는 세계 45개국 200여개 출판사가 1,000여종을 출품해 경쟁했고 한국에서는 17개 출판사가 66종을 출품했다. 시상식은 제48회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다음달 28일 열린다. 거짓말>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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