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무력진압에 이어 광기 어린 연설로 세계를 경악하게 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68)는 독재자로서의 악명은 물론 기행과 돌발발언으로도 이미 유명인사다. ‘카다피 주식회사’로 불리며 막대한 경제 이권을 챙기고 이로 얻은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붙여준 ‘중동의 미친개’라는 별명이 과장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카다피의 스캔들을 재조명했다. 그의 괴팍한 성격은 2009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시간 40분간의 연설 내내 그는 “뉴욕은 너무 멀고 보안이 빡빡하다. 유엔본부를 리비아로 옮기자” “유엔안보리는 테러이사회” “신종플루는 군부에 의해 개발된 것”이라는 황당한 발언을 쏟아냈다. 뉴욕에서 숙소로 유목민 천막을 설치하려다 미국으로부터 거절당한 카다피는 그 보복으로 두 달 뒤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포기 약속에 따라 예정된 7개 핵연료통의 러시아 수송을 갑작스레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2009년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서 카다피는 1층 숙소만을 고집하고 계단도 35개 이상 오르지 않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또 장시간 비행과 물 위로 비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관능적인 우크라이나 출신 금발 간호사에게 매료돼 늘 여행에 동행했다.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동전문가들을 인용해 카다피 일가가 두바이 은행과 걸프 국가, 동남아 국가에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재산을 숨겨뒀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엑시터대 중동정치 전문가 팀 니블락 교수는 “리비아가 원유에서 얻은 국가수입과 정부 지출에 매년 수십억 달러씩 차이가 났다”는 사실을 근거로 댔지만 정확한 액수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위키리크스에서 폭로된 2006년 5월 미국 외교문건을 인용, 석유, 가스, 통신, 인프라개발, 호텔, 미디어, 소비재 유통에서 큰 경제이권을 챙기는 카다피 일가를 ‘카다피 주식회사’라고 인용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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