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사실상 내전을 선언, 보안군과 민병대의 시위대 유혈 진압이 격화하고 있다. 나아가 카다피가 원유 생산시설의 폭파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원유를 무기로 국제사회에 맞서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 시사주간 타임 온라인판은 23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카다피가 보안군에게 원유 관련 시설을 파괴하라고 지시했다"며 "군이 곧 몇몇 송유관을 폭파하고 지중해를 통과하는 원유 수송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리비아 내 주요 항만과 정유시설 일부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페인 에너지업체인 렙솔이 리비아에서의 원유생산을 중단하는 등 석유시장이 크게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 고위 공직자들의 정권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 내부붕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아부델 파타흐 유네스 리비아 내무장관은 22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혁명 대열에 동참하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카다피 국가원수가 강경 진압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내무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 사태 과정에서 189명의 민간인과 111명의 군인이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벵가지에서 최소 2,0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다피 정권의 학살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고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 거부 직후 긴급협의를 가진 뒤 "리비아 정부는 폭력적 진압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합법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유럽 각국에 민주화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는 리비아와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벵가지, 토브룩 등 리비아 동부지역은 카다피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코 프래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23일 "동부 시레나이카는 더 이상 카다피의 통제 아래 놓여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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