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형제에 의한 영화 탄생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을까. 영화계엔 유난히 함께 활동하는 형제 영화인이 많다. 최근 ‘파란만장’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부문 대상(황금곰상)을 수상한 박찬욱 박찬경 형제의 성공기는 소소해 보일 정도다.
형제 감독의 활약은 해외에서 두드러진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2008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안은 조엘ㆍ에단 코엔 감독은 대표적인 형제 영화인이다. 래리ㆍ앤디 워쇼스키 형제는 ‘매트릭스’ 시리즈로 스타 감독 자리에 올랐다. ‘인셉션’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뒤에는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 조너선 놀란이 있다. 그는 형의 영화 ‘메멘토’ ‘프레스티지’ ‘다크 나이트’ 등의 시나리오를 써 힘을 보탰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 지저분한 웃음에 기댄 코미디영화로 한 시절을 풍미한 피터ㆍ바비 패럴리 형제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형제 감독이다.
예술영화계에선 벨기에의 장 피에르ㆍ뤽 다르덴 형제, 이탈리아의 비토리오ㆍ파올로 타비아니 형제가 유명하다.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와 ‘더 차일드’로 칸국제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타비아니 형제는 ‘파드레 파드로네’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제작에서도 형제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는 워너가(家)의 네 형제가 초석을 닦았다. ‘킬 빌’ 시리즈와 ‘킹스 스피치’ 등은 할리우드의 실력자인 하비ㆍ밥 웨인스타인 형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충무로에서도 형제애는 눈에 띈다.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과 주연 류승범은 이름난 형제 영화인. ‘부당거래’의 공동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가 류 감독의 아내이니 패밀리 비즈니스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지난해 칸영화제 최우수시나리오상,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은 ‘시’는 이창동 감독과 제작자인 동생 이준동 파인하우스필름 대표의 합작품이다. 민규동 감독과 동생 민진수 수필름 대표는 ‘서양골동과자점 앤티크’를 함께 만들었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수필름은 민 감독의 아내 부지영 감독의 ‘키친’도 제작했다. ‘방독피’의 김곡ㆍ김선 형제 감독은 독립영화계의 스타다.
형제 감독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협조체제를 구축한다. 코엔 형제는 시나리오를 같이 쓰지만 연출은 조엘이, 제작은 에단이 각각 맡는다. 타비아니 형제는 철저한 공동작업을 추구한다. 파올로 타비아니는 “시나리오부터 어떤 장면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까지 모든 것을 형과 상의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설치미술가 출신인 박찬경 감독은 “처음엔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형이 연기 연출을, 내가 비주얼을 맡기로 했는데 결국엔 모든 것을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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