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고유가의 충격파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2008년 9월 이후 30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리비아의 원유 수출이 유럽에 집중돼 있기는 하나, 이란 바레인 등 중동 산유국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어 유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유가 변동에 취약한 우리 경제로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연초부터 지속된 곡물 등 원자재값 상승에 이어 유가마저 치솟을 경우 국내외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국내 기업들의 건설공사 및 플랜트 수출이 집중된 지역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이 지역 20개 국가에서 수주한 건설공사 규모는 1,379억달러, 플랜트는 644억달러에 달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유가 상승으로 오일머니가 넘쳐나면서 전자ㆍ유통ㆍ물류 업체들의 진출과 직접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리비아발 경제쇼크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치안이 불안해지자 주민들의 건설공사 현장 난입과 약탈이 벌어지고, 수출 대금 미수와 선적 중단 등 피해가 잇따르는 실정이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사태를 수습한 뒤 국유화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경우 수주액이나 투자금을 날릴 위험성도 크다.
정부는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 현지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유가 급등세가 물가 불안을 더욱 부채질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석유 확보와 에너지 절감 대책을 세워 즉각 실천해야 한다. 올해 유가를 배럴당 85달러로 예상하고 설계한 경제운용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지 기업들 또한 공사발주 취소, 공사비 지급 중단 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수출 다변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비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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