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추천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평교사 두 명에 대한 교장 임용이 끝내 무산되면서 교육계가 또 한번 정면 충돌을 빚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3일 서울시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이 임용 후보자로 추천한 서울 영림중학교와 춘천 호반초등학교 교장에 대해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어 임용제청을 거부한다고 23일 밝혔다.
교과부는 영림중에 대해 "1차 심사에서 서류심사, 학교경영계획 설명회, 심층면접을 통해 종합적으로 심사하도록 한 서울시교육청 및 학교 자체 공고문을 위반하고 서류심사만으로 지원자 중 5명을 탈락시켰다"고 거부 근거를 제시했다. 호반초에 대해서는 "일부 심사위원이 특정 심사대상자의 심사표에서 공란으로 비워둔 항목을 '0점' 처리해 단순 합산하는 등 불공정 심사를 통해 한 명만 심의ㆍ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공모 절차에서 일부 미숙함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공정성을 해칠만한 문제가 없음이 교육청 특별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교과부의 결정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최승룡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절차에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교장 공모 재공고에 나서는 등 대응방안을 내놓겠다"고 반발했다.
교육 자치냐, 절차 공정성이냐
양측의 입장 차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이번 임용제청 거부에 정치적, 정책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교장자리가 공석이 된 두 학교에 대해 교과부는 "해당 교육청이 재공모를 할지, 아니면 일반 임용절차에 따를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일단 공모제 재공고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해당학교 학부모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 재공모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교육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주 내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필요성에는 교과부나 일선 교육청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전국 6개 시ㆍ도에서 소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후 분위기가 달라졌고, 결국 전교조 출신 교장 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 거부에까지 이른 것이다.
교육계는 입장에 따라 "처음 시행하는 내부공모제인 만큼 절차를 진행한 학교운영위원들의 미숙함에 따른 잡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절차의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교육자치가 어떻게 자리를 잡겠느냐"는 의견과, "향후 절차적 정당성 검증시스템을 마련해 교육감 코드 인사를 걸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교원단체, 학부모 갈등 깊어져
전교조는 당장 임용제청거부 무효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문제가 된 4개 학교 중 2개만 취소한 것은 교과부의 눈치보기"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임용이 거부된 해당 학교 학부모 사이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교장공모제를 진행했던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 김경숙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운영위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선출한 학교장에 대해 교과부가 공정성 등을 이유로 임명제청을 거부했다"며 항의의 표시로 삭발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선정절차에 얼마나 중대한 결함이 있었느냐에 대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1심 판결까지 짧아야 6개월"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한 학기가 넘는 동안 해당 학교 교사와 학생들만 안팎의 갈등을 숨죽이며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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