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22일(현지시간)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자신을 순교자에 비유하며 퇴진을 거부하는 한편,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자비한 응전을 선언했다.
갈색 두루마기 전통 의상에 터번을 쓰고 연단에 선 카다피는 "무아마르 카다피는 영원한 혁명의 지도자이고, 공식적인 직책이 없어 물러날 수도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어 "이 곳은 바로 내 조국이고, 나는 내 조상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75분 동안 원고 없이 계속된 연설에서 카다피는 흥분을 못 이겨 주먹을 불끈 쥐거나, 연단을 내리쳤고, "마지막 피 한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강경 진압의사를 분명히 했다.
카다피는 "나는 총을 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면서도 시위대를 쥐에 비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쥐를 잡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카다피를 사랑하는 남녀 모두 집에서 나와 은신처에 있는 그들(시위대)를 공격하라, 내일부터 통제선은 해제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모든 젊은 남성은 민간 경비대 구성을 위한 지역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며 경비대원 식별을 위해 초록색 팔찌를 착용하라는 구체적 지시도 내렸다.
카다피는 유엔과 미국 등의 비난을 의식한 듯,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에도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았다"며 외부세력 개입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BBC 등 외신들은 위기에 몰린 카다피가 이처럼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리비아군에 대한 장악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대한 철저한 정보통제 등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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