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목포서 "예금자 경제인식이…" 발언도 도마에
17일 부산ㆍ대전저축은행을 영업정지할 때처럼, 이틀 뒤 4개 저축은행을 추가 영업정지할 때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상반기 중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불과 3일 뒤인 22일 또 도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됐다. 혹시나 하면서도 "이번엔 정말이겠지" 믿었던 예금자들은 또 금융당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물론 단서는 있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를 넘는 94곳의 정상적인 저축은행에 대해, 그리고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였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도민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5%에 못 미치고, 예금인출 사태가 문제가 된 것이니 당국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예금자들에게 "추가 영업정지가 없다"는 선언적인 말 외에 세부 단서에까지 귀를 기울이라고 요구하는 건 애당초 무리였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고객들이 세세한 얘기까지 관심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게 됐고 앞으로 무슨 말을 해도 믿기 어렵게 된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의 허술한 대응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등 부산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날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참석시킨 가운데 긴급 모임을 갖고 "추가 영업정지가 없다고 했다가 곧 바로 영업정지를 단행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것 아니냐"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우리ㆍ새누리저축은행을 금융당국의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킨 것도 당국의 중대 실수로 지적된다. 두 저축은행은 1998년 정부로부터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2013년까지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돼 있었지만, 'BIS 비율 5% 미만' 그룹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예금인출이 줄을 이었다. 비록 대주주 증자, 은행 지원 등으로 큰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자칫 멀쩡한 저축은행을 벼랑 아래로 떠밀 수도 있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부산과 목포를 직접 방문하며 예금자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우리저축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찾으러 온다는 것은 경제적 인식이 안돼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언급한 것. 금융계 한 관계자는 "노인이나 시장상인 등 일반 서민들이 대부분인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경제 인식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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