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의 최고 인기스타였던 로랜드고릴라 '고리롱'이 노환으로 숨졌다. 서울동물원은 1963년생으로 추정되는 고리롱이 지난달 20일부터 건강이 악화돼 투병하다17일 오후 8시10분 사망했다고 22일 밝혔다. 1968년 아프리카에서 창경원으로 온 고리롱은 올해 49세로 생을 마쳤는데, 일반 고릴라 수명이 야생에서 30~40년인 것을 감안하면 장수한 셈이다.
로랜드고릴라는 전세계 300~400 마리도 채 안돼 멸종위기종으로 정부 보호를 받고 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서울동물원만 이 고릴라는 보유하고 있다. 몸값이 수입과정의 마진과 운송비, 부대비용까지 계산하면 10억 원이 훨씬 넘는데다, 앞으로는 수입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원 측은 지난해 부인 '고리나'가 고리롱의 2세를 가질 수 있도록 강남 차병원 박정원 교수팀과 고릴라 짝짓기 비디오를 보여주고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료에 섞어 주는 등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나 고리롱은 끝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담당사육사 박현탁 주무관은 "가끔 아내 고리나가 나뭇가지를 머리에 꽂고 몸을 부비는 등 애정공세를 펼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돌부처 같은 고리롱은 큰 눈을 껌뻑이며 먼산만 쳐다봐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서울동물원은 고리롱이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대를 잇기 위해 박 교수팀과 고리롱의 정자를 확보해 인공수정시술을 하기로 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고리롱 생식기의 정자 유무를 확인 중이며, 보름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면서 "정자가 확인돼도 건강성의 문제로 결코 성공이 쉽진 않지만 포기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리롱의 표피와 골격은 표본과 박제 처리된 뒤 8월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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