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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 시위 후폭풍/ "건설 IT 車 황금시장인데…" 진출 한국기업들 냉가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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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 시위 후폭풍/ "건설 IT 車 황금시장인데…" 진출 한국기업들 냉가슴만

입력
2011.02.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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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에서 촉발된 민주화 운동이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 등 중동ㆍ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이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리비아처럼 일부 국가에서 내전 발발 조짐까지 보이면서 우리 기업들의 긴장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우리 기업의 진출이 유난히 활발한 지역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유가상승으로 인한 ‘오일머니’가 중동 지역에 흘러 넘치면서 이 지역은 1970, 80년대에 이어 우리 기업들에게 또 한번 기회의 땅이 됐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들이 오일머니를 앞세워 ‘상전벽해’수준의 인프라 확충에 나서자, 우리 건설업체와 플랜트 업체들은 앞다퉈 이 곳으로 달려갔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 20개 국가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는 308개이며 공사건수는 402건, 규모는 1,379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64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해외 플랜트 수주액 중에서도 중동지역 수주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59%인 381억 달러에 달한다.

또 이 지역은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전자, 정보기술(IT)업체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리비아, 이스라엘,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부분의 중동ㆍ북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중동 수출이 가속화하면서 현대ㆍ기아차,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도 중동 땅을 밟았고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 유통ㆍ물류업체와 외환은행 등 금융사도 열사의 땅에 직원들을 파견했다. 최근에는 삼성SDS, 제일기획 등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까지 이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있다.

KOTRA 등에 따르면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는 국가별로 수 십개씩의 우리 기업들이 법인, 지사, 사무소 등의 형태로 진출해 있고, 아랍에미리트의 경우에는 그 숫자가 125개에 달한다.

이 지역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액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98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중동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의 투자금액 28억 달러 중 2006년부터의 투자액만 16억9,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다. 최근 들어 투자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 지역도 비슷하다. 1980년 이후 총 투자액 23억 달러 중 13억 달러가 2006년 이후부터의 투자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동 사태는 더 이상‘남의 집 불구경’일 수가 없게 됐다. 일단 리비아의 경우처럼 민주화 시위나 내전 과정에서 우리 기업 관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시나리오는 과거 이란 혁명정부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집권할 경우 외국인 추방이나 외국기업 자산의 국유화 등 극단적 조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수주액을 떼이거나 막대한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속은 타들어 가지만 중동 민주화운동 과정에 우리가 관여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몇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사태의 추이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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