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와 인도네시아는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지나치게 의혹이 확산되면 양국 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히려 이번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특사단을 이끌고 방한했던 하따 라자사 경제조정장관이 특사단이 묵던 호텔에 괴한이 침입한 것은 ‘오해’였다고 말했다고 인도네시아 영자지 자카르타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따 장관은 전날 대통령궁에서 열린 각료회의 참석 중 이번 사건에 대해 “3명의 침입자는 방을 잘못 알고 들어온 호텔 손님들이었다”면서 “그 손님들은 자기들 방인 2061호실 대신 인도네시아 관리들이 묵던 1961호에 별 생각 없이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오해는 바로 풀렸다”며 “손님들이 무심코 열어본 랩톱 컴퓨터에는 히다얏 산업장관이 한국 관리들에게 설명하려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산업 현황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22일 매우 이례적으로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 당국자는 “이 사건이 자꾸 보도되는 게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언론이 판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모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이번 사안이 외교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외교적 파장도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외교부는 양국 모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의혹이 커져 정치 문제로 비화하면 이 문제가 인도네시아 정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통제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