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사실상 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42년 철권통치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리비아 제2도시인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반정부 세력이 여러 도시를 장악했고, 군부는 물론 주요 부족도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는 건재함을 보이려는 듯 22일(현지시간) 새벽 국영TV에 모습을 보였고 수도 트리폴리에선 공군기까지 동원된 시위진압이 이뤄져 희생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 CNN은 목격자들을 인용, "헬기에서 내린 군인들이 트리폴리 중심부 녹색광장 주변의 시위대를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이들을 해산시켰다"고 전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정부군이 공군기를 동원해 트리폴리의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트리폴리에서만 최소 61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은 전했다. 반전쟁범죄국제연대(ICAWC)는 8일 동안 이어진 리비아 반정부 시위로 519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고, 유엔 주재 리비아 부대사는 희생자가 8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정부 시위대는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를 비롯한 동부 지역에 이어 이집트 쪽 동부 국경도 장악한 상태라고 CNN이 보도했다. 국제인권연맹(IFHR)은 벵가지 외에 시르테, 토브룩, 미스라타 등도 시위대가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리비아 전투기 2대가 시위진압 명령에 불복,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 망명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부 군인들은 혁명동참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군부 내 분열 양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각료 및 외교관 이탈도 이어져 알리 아우잘리 주미 리비아대사는 카다피를 독재자라고 지칭하며 사퇴를 촉구한 뒤 사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유혈진압을 중단하라"며 리비아 정부를 비난했고,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소집되는 등 국제사회도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에 힘을 실어줬다. 이란 외교부도 리비아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을 비난했다.
그러나 카다피 원수는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국영 TV에 나와 "나는 베네수엘라가 아닌 트리폴리에 있다. 방송을 믿지 말라. 외국 뉴스채널은 길 잃은 개(stray dogs)"라고 주장했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도 국영TV에 출연, "트리폴리 주변 공군기 폭격의 목표물은 (시위대가 아닌) 시 외곽 탄약보급창"이라고 주장했다. 또 새로 국방위원회를 만들어 반정부 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성명도 발표했다고 BBC가 전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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