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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헌 칼 빼든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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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헌 칼 빼든 교과부

입력
2011.02.2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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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현장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예상은 했지만, 막상 전교조 소속 평교사 두 명의 교장 임용을 거부한 것은 실망스럽다. 절차적인 문제를 이유로 들었는데 그것은 빌미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 까닭은 이렇다. 우선, 교과부는 문제의 영림중학교(서울)와 호반초등학교(춘천)에 대해 관할 교육청이 정한 절차를 어겼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그 절차를 정한 교육청은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설사 작은 절차적 흠이 있다 하더라도 결과를 바꿀 만한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는 게 해당 교육청의 설명이고 보면 교과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비친다.

뿐만 아니다. 교과부가 행사한 임용제청권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사실상 통과의례였을 뿐, 시도교육청이 추천한 교장 후보자에 대해 선발절차를 문제 삼아 거부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공모제가 도입되면서 교장 후보 선발 방식이 다양해져 과거와 사정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시도 교육감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최종 추천한 후보를 거부한 것은 교육부와 이주호 장관이 내세워 온 교육자치의 내실화에 반한다. 교과부는 2008년 4월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에서 '그 동안 대통령의 권한으로 남아 있던 교장 임명권이 교육감에게 위임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은 지금 어느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는가. 그 때는 미처 진보 교육감이 나올지, 또 전교조 출신 평교사가 교장이 될지 생각하지 못했었나.

교과부는 이번에 후보로 추천된 전교조 출신 평교사 네 명 가운데 두 명은 임용을 승인했다. 네 명 모두 거부할 경우 반(反)전교조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비칠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전교조와 대척점에 있는 한국교총은 두 명을 승인한 것마저 반발했지만, 의례적인 입장표명으로 이해된다.

교육계의 화합 차원에서, 또 교육부가 스스로 밝힌 교육자치와 교육감의 교장 임명권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추천한 네 후보 모두 승인할 수는 없었을까. 전교조 출신 교장 두 명이 더 탄생한다고 해서 세상이 뒤집힐 리도 없는데 말이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추천한 공모 교장 후보는 모두 38명이다. 그 중 교총 출신이 30명, 전교조 출신이 평교사 2명이다. 전국 초중고 교장 가운데 교총 출신은 1만여명으로 90%에 가깝다. 교총이냐, 전교조냐가 잣대가 될 수는 없지만, 전체 교사 가운데 전교조 소속이 교총 소속의 절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불균형이 심한 것은 분명하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교사에 대한 보수 학부모 단체의 반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다.(그 점에선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한 전교조의 책임도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교육당국으로선 이들의 주장과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적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때문에 임용이 거부된 두 학교에서 재공모를 통해 절차적 하자를 해소한다고 하더라도 논란이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본질이 절차가 아니라 전교조에 대한 인식 차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이번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결국 시비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교과부는 이미 두 차례 진보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해 기소했으나 현재까지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전적(戰績)으로 치면 2전2패다. 이번에 또 한번 패배의 기록을 추가하지 않을까 지켜볼 일이다.

김상철 정책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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