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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세금 티격태격 '갈등의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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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세금 티격태격 '갈등의 저울질'

입력
2011.02.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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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비과세 오랜 논란 속 이슬람 채권 수쿠크면세 법안 싸고 종교간 마찰까지 경제계 "시대착오적"

종교와 경제의 화해는 불가능한 것일까. 작년 정기국회에서 넘어온 이슬람채권법(정확하게는 이슬람채권 '수쿠크'에 면세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개정안이 개신교계 등의 반발로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종교논리와 경제논리의 해묵은 충돌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뿌리 깊은 종교와 경제 간 마찰은 이제 종교계 내에서도 첨예한 논란거리다.

오랜 경(經)ㆍ교(敎) 갈등

종교와 경제의 갈등은, 특히 세금을 둘러싼 논란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 종교인 비과세 관행을 두고도 찬반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과세대상을 열거한 현행 소득세법에 종교인과 종교단체는 과세도 비과세 대상도 아닌 사각지대로 남아있고, 과세당국은 관행적으로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몇 차례 사회적 논란도 있었지만 명확한 유권해석조차 미루고 있는 상태. 표를 쥔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종교계의 전통적인 비과세 논리는 "종교인의 신념에 따른 봉사나 헌신을 일반인의 노동처럼 과세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이들 역시 소속단체에서 월급을 받는 만큼 세금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비종교계의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정치인 가운데 드물게 "종교인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쿠크 논란

당초 수쿠크법은 2월 임시국회에선 통과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찬성에 기울었던 의원들이 하나 둘씩 '입장보류'쪽으로 선회하면서, 현재로선 통과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개신교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反) 이슬람 정서다. 일부 목사들은 "법안을 통과시킨 의원은 낙선운동을 각오하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 한국교회언론회 등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자금운용을 통제해 국내 경제에 이슬람 영향력이 확대되고 ▦의무적으로 떼는 기부금(자카트)이 테러 용도에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면세조치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출에 대 줄 대출금 마련용 아니냐"는 반대 논리를 내세우지만, 어쨌든 여ㆍ야 합의로 심사까지 마친 법안을 밀어부치지 못하는 건 결국 개신교계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기재위는 결국 다음달 4일 공청회를 연 뒤 통과여부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물론 경제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법안을 발의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쿠크 발행시 설치되는 샤리아위원회는 실물투자 용도에 간섭하는 게 아니라 투자과정이 율법에 맞는지 판단하는 역할"이라며 "채권 발행시 국내에 이슬람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9ㆍ11 당사국인 미국도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동 자금을 지원 받았다. 각국이 급성장하는 이슬람자본 유치에 혈안인데 이를 테러와 연계시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반박했다.

교(敎)ㆍ교(敎) 갈등도

반복되는 마찰에 최근엔 종교계 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슬람채권법에 비판적인 장훈태 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는 "코란이나 샤리아가 경제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당장 기독교 금융이 이슬람에 들어가면 그들은 가만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독교계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있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목사)은 "최근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은 이슬람의 경제 영향력 확산을 종교나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반대하는 이슬람 포비아(공포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며 "현실에서의 자본 교류를 종교간 충돌로 해석하는 건 지나치다"고 경계했다.

여전히 개신교 주류 등에서는 거부감이 강하지만 납세 의무를 강조하는 종교계 내 움직임 역시 역사가 깊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신부, 수녀에게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일부 교구에서는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비도 공제하고 있다. "교회와 성직자가 납세의무를 통해 신도들에게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미"라는 게 천주교측 설명.

불교와 개신교 성직자들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목사는 "과세가 부당하다는 성직자의 태도는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와 서비스는 받으면서도 '나는 특별한 신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채권(수쿠크)법이란

수쿠크는 불로(이자)소득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채권 투자자의 자금을 부동산이나 설비대여 같은 실물사업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배당 형태로 나눠주는 이슬람식 채권. 투자자의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달러 등 다른 외화표시 채권과의 형평을 위해, 실물투자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법인ㆍ취득ㆍ등록ㆍ부가가치ㆍ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자는 법안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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