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서 21일 반정부 시위대가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의 군 기지에 이어 일부 도시를 추가로 장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독재 정권의 운명과 민주화 시위의 향배를 둘러싼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20일 밤 수도 트리폴리의 국영 방송국을 공격하고 내무부와 정부기구의 일종인 인민위원회 청사, 경찰서에 불을 지르는 등 21일 새벽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카다피를 지지하는 친정부세력은 건물 옥상 등에서 트리폴리 도심 그린 광장쪽으로 진출하려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가 하면, 차량을 타고 지나가면서 시위 참가들에게 총을 쏘기도 했다.
시위가 유혈사태로 내달으면서 희생자 수도 늘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5일 시작된 리비아 민주화 시위과정에서 군경과 친정부세력에 의해 숨진 희생자가 21일 현재 233명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제인권연합은 이날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300~4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내전 가능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개혁을 약속하는 등 양보안도 제시했다.
'카다피 국제자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이프 알 이슬람은 20일 리비아 관영TV 연설을 통해 "벵가지에선 시민들이 탱크를 탈취했다"며 "모두가 무장하게 되면 이는 곧 내전이 된다"고 주장했다.
CNN은 벵가지의 목격자를 인용, "일부 군의 지원을 받은 반정부 시위대가 벵가지를 사실상 장악했다"며 "리비아 동부 지역은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군의 일부가 시위대에 합류해 지역 거점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또 아랍연맹의 리비아 대표인 압델 모나임 알 후니가 이날 "혁명에 합류하겠다"며 사임했고, 주인도대사와 중국 주재 고위 외교관도 시위대 지지를 밝히며 사표를 내는 등 권부 내에도 속속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로 인한 소요사태로 벵가지 공항은 사실상 폐쇄됐으며, 터키항공 소속 여객기 등 일부 항공편이 회항하기도 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카다피 원수가 베네수엘라로 출국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지만 사이프 알 이슬람은 "아버지는 리비아에 있으며 군으로부터 변함 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사이프 알 이슬람은 "시위에 대처하는 법을 제대로 훈련 받지 않은 군의 실수가 있었다"며 유혈진압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또 연설에서 의회에 개혁, 민주주의, 헌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일부 제한 조치를 철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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