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왼손 투수 차우찬(24)은 지난해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이었다. 2006년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차우찬은 2009년까지는 기대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다 지난해 마침내 껍질을 깼다.
단순히 류현진(24ㆍ한화)의 동기에서 류현진에 버금가는 투수로 거듭난 차우찬은 "지난해 내게도 분명한 계기가 있었다. 운 좋게도 그 기회를 잘 잡았고 이후로는 좋은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차우찬은 카도쿠라 켄과 올시즌 삼성 선발 마운드의 넘버원 자리를 다투는 위치가 됐다.
차우찬은 지난해 선발과 중간으로 37경기에 나가 10승2패 평균자책점 2.14를 올렸다. 개인 첫 한 시즌 10승이자 데뷔 후 최고 성적이었음은 물론이다. 차우찬에게 껍질을 깨게 된 사연을 들어 봤다.
어느 날 찾아온 계기
차우찬은 지난해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이 '운명의 날'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시즌 초반 주로 중간계투로 나가던 차우찬은 6월22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 경기에서 차우찬은 4이닝 8피안타 1볼넷 4탈삼진 5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승패는 없었고 실점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공이 가운데 높게 몰리는데도 파울이 나거나 아웃이 되더라고요. 컨트롤은 별로 안 좋았지만 대신 공에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차우찬은 그날 이후 자신의 공에 믿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이후 8연승을 질주했다. "입단 후 4년 동안 '공은 좋은데 컨트롤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에 컨트롤에만 신경을 썼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제 공을 믿고 힘있게 던진다면 설령 몰리더라도 안 맞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고민도 많이, 투구도 많이
"제가 누구에게 조언할 처지가 되냐"고 손사래를 치던 차우찬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고민도 많이 해야 합니다. 안 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저는 많은 고민 속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차우찬은 고민이 고민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고민만큼이나 공도 많이 던져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이 던지면서 몸으로 느껴야 하잖아요. 누구에게나 계기는 올 거라 믿습니다."
오키나와=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