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지하 셋방에 사는 박모(74) 할머니는 명절이나 날씨가 아주 나쁠 때를 빼곤 휴일도 거르지 않고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 몸이 하루가 다르게 노쇠해지는데다, 최근 폐지줍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힘에 부친다. 종일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 받는 돈은 7,000원 가량. 폐지 1kg에 150원 정도 쳐주니 7,000원을 벌려면 50kg에 가까운 폐지를 모아야 한다.
'시사기획 KBS10'은 22일 밤 10시 최근 들어 주택가 골목길, 지하철 주변 등에 부쩍 늘어난 폐지수거 노인들을 통해 노인빈곤 문제를 추적한 '황혼의 빈곤, 폐지 줍는 노인들' 편을 방송한다. 한 지역정책연구소가 관악구의 폐지수거 노인 127명을 조사한 결과, 80%가 70세 이상 고령자였다. 거의 매일 폐품을 주워 버는 돈은 월 10만원 미만이 32%, 10만~20만원이 36%로 나타났다.
한겨울 맹추위에 동상은 다반사이고, 교통사고 위험도 상존하지만 이들은 먹고 살려면 이 일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127명 중 대다수는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지만 기초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87%에 달했다. 기초수급자가 되려면 아들 딸 등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폐지수거 노인 37가구를 방문해 조사한 결과, 89%인 33가구가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에 속했다. 특히 광열비로 월 5만원 미만을 지출하는 경우도 5가구나 됐는데, 이들은 돈을 아끼느라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아 평균 실내 온도가 11도에 그쳤다.
제작진은 폐지수거 노인들을 심층 면접해 이들이 황혼의 절대빈곤에 이르게 된 삶의 이력과 자식세대에까지 이어진 가난의 대물림 현상에 대해서도 짚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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