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공자의 '인'사상을 이어받아 노자 장자 묵자의 비판을 배격했다. 노자는 공자가 예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고 가짜사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틀에 매이지 않는 자연스런 사랑을 강조했다. 장자는 공자의 인을 더욱 심하게 몰아붙였다.
인은 사람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억압하고 구속하는 폭력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는 도대체 공자가 주장하는 고상하고 순수한 '인'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작은 물건을 훔치면 '도둑'이고, 나라를 훔치면 '영웅'이라 치켜 올리니, 인은 보편적 도덕이 아니라 한갓 지배자의 이익을 합리화하는 것일 뿐이라 했다.
묵자는 사랑이 처음부터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어지면 결코 온전한 사랑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가족사랑을 우선하지 말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사랑한다면 세상에는 다툼과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 했다. 이른바 겸애(兼愛)설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먼저 가족을 사랑하고, 다음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궁극적으로 만물을 사랑해야 한다(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고 했다. 왜 그래야 하는가? 이러한 사랑이 마음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이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그 단초가 열린다고 했다.
예컨대 "사람이 문득 어린아이가 우물 쪽으로 기어가서 장차 빠지려고 한다면 모두 깜짝 놀라 가엽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어린애의 부모와 사귀고 싶어서도 아니고, 향당(鄕黨) 붕우(朋友)에게 칭찬을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요, 비난을 받기 싫어서도 아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측은지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측은지심은 사람의 본성이다. 본성이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아도 이런 착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성선설(性善說)이다. 그러니 이제 사람은 '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인'의 길과 '불인'의 길이 있을 뿐이다. '인'은 사람다움으로 가는 길이요, '불인'은 사람답지 못한 데로 가는 길이다." 따라서 사람이 갈 길은 '인'의 길 뿐이라는 것이다. 군주가 '불인'의 길로 가면 망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로서 '인'은 맹자에 의해 권좌에 오를 수 있었다.
맹자는 "자기 늙은이를 보살피고, 그것을 다른 사람의 늙은이로 넓혀가고, 자기 어린애를 보살피고 다른 사람의 어린이를 보살핀다면 천하를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우선 가족을 사랑하고 이를 다른 사람으로 확산해 나가면 만물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묵자의 겸애설을 의식한 대처이론이기도 하다.
이로서 맹자는 노자 장자 묵자가 제기한 사랑의 보편성과 진정성 문제를 새로운 이론 개발로 보완해 공가의 '인'사상을 일보 전진시켰다.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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