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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교감(交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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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교감(交感)

입력
2011.02.21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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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식

아이가 울어대자

기차 속 시선들 일제히

가시눈으로 쏠려간다

아, 그러나 옆자리에 앉은

주름투성이 할머니

주름으로 도리도리

주름으로 까궁까꿍

주름으로 자글자글

눈 맞춘다

아이가 깔깔 웃는다

창 밖이 금세 환해진다

● 삼희성(三喜聲): 세 가지의 듣기 좋은 소리, 곧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갓난 아이 우는 소리를 이름. 삼악성(三惡聲): 세 가지의 듣기 흉한 소리, 곧 초혼(招魂)하는 소리, 불이 나서 외치는 소리, 도둑을 튀기는 소리를 이름.

할머니들 얼굴에 새겨진 주름을 보면 우주와 연결된 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가의 주름은 젊어 세계를 팽팽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자글자글 처진 듯하고 입가의 주름은 공기와 말과 음식이 지나가며 찍어놓은 실발자국 같다. 어쩌면 주름은 한 생명체가 우주와 교신한 내역을 기록한 문자인지도 모른다.

주름 없는 철길 위에서 아이의 울음소리와 주름이 만나, 주름과 아이의 웃음소리가 된다. 아이 울음소리를 향하던 가시눈 눈길들, 주름의 도리도리 까꿍까꿍에 누그러지는 모습 보인다. 아이의 천진난만 탱탱한 얼굴과 주름 넉넉한 할머니의 얼굴, 그 둘 사이의 교감, 그 둘 사이의 환한 연결, 그 두 개의 얼굴등잔 아래 혹여, 우리 인생이 있는 것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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