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내릴 형편 안돼
이동통신 업체의 마케팅 비용은 일반적인 마케팅 비용과 달리 단말기 구입 부담 절감 등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을 주는 비용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통신비 인하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사실 통신비를 물가와 연동시켜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에 다소 의문이 가기는 하지만, 물가 측면에서 보더라도 통신분야는 물가지수 전체 항목 중에 수년간 유일하게 하락한 분야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스마트폰 활성화에 따라 통신관련 지출이 증가세에 있기는 하지만 가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신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통신서비스 요금자체가 상승해서라기 보다는 일반 휴대폰 보다 약 24만원가량 비싼 스마트폰 구입자가 증가했다는 이유가 크다. 게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5배 가량되는 사용량 증가 또한 통신비를 증가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휴대폰 요금 자체는 수년간 하락해 왔으며, 이동통신 업계는 최근에도 초당과금제 및 스마트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요금인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휴대폰 요금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요금은 그 나라의 소득 및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요금 수준이 꼭 비슷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 비교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즉, 단일 요금 지표를 통해 한나라의 요금 수준을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요금비교 지수인 코리아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OECD 11개국 중 3~5위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통신요금 인하 여력의 또 다른 논리로 통신사의 수익이 과다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도 이익 규모가 너무 크다는 주장이지만, 사실 국내 통신사의 수익성은 해외 주요 통신사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 아니다. 수익성은 국가간 세제차이를 배제하기 위해 세전 영업이익을 뜻하는 에비타(EBITDA) 마진으로 비교하는데, 우리나라(33.2%)는 OECD(40.2%) 평균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거니와, 2005년고 비교해 변화가 없는 OECD 평균과 달리 약 6% 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이동통신 업체의 마케팅 비용은 일반적인 마케팅 비용과 달리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을 주는 비용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동통신 마케팅 비용은 광고비 등으로 지출되는 부분도 있지만, 소비자가 고가의 최신 단말기를 구입할 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용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따라서 통신사의 마케팅비를 통신요금 인하로 돌릴 수 있다는 주장에 앞서 단말기 구입 부담 절감 등 소비자의 지출을 낮춰주는 순기능도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덧붙여, 통신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산업이다. 국내 통신사들의 투자는 고정자산 투자 비율(CAPEX)로 비교해 봤을 때, 선진국 평균인 11%와 비교해 14%로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이 지금까지 높은 수준의 통신서비스 품질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모바일 통신 사용량(트래픽)에 따라 투자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 알카텔 루슨트에 따르면 앞으로 3년 내에 세계 모바일 트래픽이 50배 가량 증가할 수 있으며, 한국의 경우 훨씬 큰 상승이 예상된다고 지적 한 바 있다.
트래픽 폭증을 대비해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최근 3년간 평균 5조7,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향후 유선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주파수 확보 등을 위한 투자까지 고려한다면, 더 큰 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요금인하로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면 해외 사업자 대비 투자를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송석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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