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 요금 규제하라
통신규제당국은 통신요금의 현상유지를 꾀해 왔고 심지어 독과점 규제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의 회계자료를 요구해도 응하지 않는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실질) 규모는 200만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통신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약 14만1,3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에서 7%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도의 가계소비지출 비중은 식료품비(12.9%)나 교육비(13%) 보다는 낮지만, 의류비(5.8%)나 보건비(6.9%) 보다는 높고 주거비(9.9%)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모든 가정이 먹고 자는 일 다음으로 휴대폰 비용부담을 안고 사는 셈이다.
당연히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지난해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매출 총액은 총 32조에 달해 2008년에 비해 무려 8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 또한 SK텔레콤은 예년 수준인 2조원 이상을 달성했지만 KT와 LG 유플러스는 1조1,000억원과 6,000억 이상으로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 수준은 모두 2008년도의 거의 두 배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가히 경이로운 수준이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SK텔레콤의 2010년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16.2%이며 KT는 10%를 넘었고, 가장 어렵다는 LG유플러스도 7.7%에 이른다. 2009년까지 국내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6.5% 내외를 맴돌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실로 환상적인 수치다. 그런데도 통신사업자들은 차세대 서비스 투자부담 때문에 요금을 내릴 수 없다고 한다.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결국 수익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에 값을 내릴 수 없다는 뜻인데, 그것도 항변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이처럼 놀라운 실적이 가능했을까? 이동통신요금이 경쟁요금 수준이 아니라 독과점요금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시장은 처음부터 주파수를 할당 받은 사업자에게만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원천적 과점시장이다. 더구나 통신과 같은 장치산업은 초기투자비용은 많이 들지만, 그 이후에는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쟁 속에서는 가격이 계속해 낮아지기 마련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동통신요금은 해마다 조금씩 인하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음성통화요금은 2005년 수준에서 거의 멈춰있다. 이는 결국 독과점 요금이 최소 5년 이상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통신규제당국은 통신요금문제만 나오면 요금수준은 평가할 생각도 않고 요금부과방법(요금제)만 앞에서 빼고 뒤에서 늘리는 식으로 바꿔가면서 통신요금의 현상유지를 꾀해 왔다. 심지어 독과점 규제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의 회계자료를 요구해도 응하지 않고, 관련 전문가도 의아해하는 신비로운 산정방식에 따라 산출되는 원가보상률 결과치도 몇 년 뒤에나 정보공개청구에 마지못해 공개하는 정도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독과점 산업이라는 시각에서 통신요금문제를 보겠다고 나선 것은 뒤늦게나마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스마트폰 경우에 데이터매출액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작년 연말까지도 700만명 미만으로 전체 이동통신이용자(2010년11월 기준 5,062만)의 불과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스마트폰 가입자들 때문에 그와 같은 놀라운 영업실적이 가능했다면 그것 역시 따져볼 일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에 비해 월평균 30% 이상의 요금을 더 지불하고 있다. 현재 3개 이동통신사는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최하금액수준을 동일하게 맞춰 요금경쟁은 회피하면서 월평균매출액은 높여가고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 이미 음성과 데이터의 구분이 없어진 3세대 서비스에서 굳이 음성과 문자, 데이터통신을 구분하여 과금하는 2세대 과금체계를 정액요금제에서도 유지함으로써 음성통신 시간이 대폭 감소하고 있음에도 음성매출 감소를 방지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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