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들을 두 번씩이나 우롱할 수 있느냐"
"예금이 무슨 로또냐. 번호표 순번 하나 때문에 예금을 날리게 됐는데 이게 말이나 되느냐"
금융당국이 부산ㆍ대전저축은행에 이어 19일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등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3곳과 보해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추가하자 예금자들은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 17일 부산ㆍ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면서, 다른 곳들에 대해선 "당장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 검사만 한다"며 예금주들을 안심시켰다. 반드시 이 곳들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반기중에는 (영업정지를 받는 곳이) 더 없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그것도 토요일 아침에 날벼락을 맞게 되자 해당 저축은행 예금자 수백 명은 19일에 이어 20일에도 각 지점에 몰려 나와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부산2저축은행 해운대지점. 계열사인 부산ㆍ대전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워낙 몰린 탓에, 18일 하루에만 1만여명이 찾아왔고 번호표 4,000여장이 오전 중 동이 났다. 저축은행측은 고객들에게 "돈은 충분하니 지금 당장 예금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달랬고, 상당수는 그 말만 믿고 발길을 돌렸다. 한 예금자는 "번호표 늦게 뽑고 은행 말 믿은 죄로 돈을 찾지 않았다가 어렵게 모든 내 돈을 날리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은행 덕천동 본점을 찾은 박모(67ㆍ여)씨는 "7,000여 만원을 맡겨놓고 매달 생활비로 50만원씩 인출해왔는데 이제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전남 목포시 무안동 보해저축은행 본점에도 19,20일 예금자 수백 명이 몰려와 "월요일 돈을 준다고 번호표까지 줘놓고 영업정지가 웬 말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진모(79ㆍ목포시 북항동)씨는 "18일 예금을 찾으려고 했지만 은행 측이 안전하다고 해 믿었는데 퇴직금 2억원을 고스란히 떼이게 됐다"며 울먹였다. 대책마련에 나선 목포시측은 20일 "대주주인 보해 측이 5,000만원 초과예금(1,610건, 288억5,000만원)에 대해서도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이 강한 부산지역에서는 저축은행의 잇단 영업조치로 지역경제마저 휘청거리면서 금융당국을 문책하라는 여론이 끓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차진구 사무처장은 "정부가 서민금융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을 부동산경기활성화를 위해 PF(부동산금융)쪽으로 끌어들여 부실을 키웠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이진복(부산 동래) 의원은 "이번 사태는 전임 금융당국 수장들의 책임이 크다"며 "이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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